향기나는 언어생활
영혼을 살리는 말의 자세와 특징
영혼을 살리는 말과 영혼을 죽이는 말이 동시에 잘 나타나고 있는 ‘나발과 아비가일’ 부부의 이야기는 사무엘상 25장에 나오는데, 우리의 언어생활에 따라 사람을 극도로 분노하게도 하고 분노를 잠재우기도 할 뿐 아니라, 감동을 주기도 하고 나아가 생사가 달라지고 행불행이 달려 있음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나발’을 통해서는 영혼을 죽이고 분노케 하는 말의 자세와 특징을, ‘아비가일’을 통해서는 영혼을 살리고 치유하는 말의 자세와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1. 영혼을 죽이는 말의 자세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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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다윗을 따르는 6백 명의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로 다윗을 죽이려는 사울 왕의 추격을 피해 광야에서 이곳저곳으
로 도망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갈멜’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나발과 아비가일’ 부부의 양떼 3천 마리와 염소 1천 마리를 키우고 있는 목장 근처였습니다. 4천 마리의 가축을 돌보기 위해서 적어도 수십 명의 목동들을 거느리고 있었던 큰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광야에는 도둑들과 강도들이 많아서 양과 염소들을 약탈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마침 다윗과 그의 군사들과 가족들 수백 명이 그 근처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동들을 보호해 주었고, 양과 염소들이 약탈당하는 일을 막아 주었습니다. 사실상 ‘나발과 아비가일’의 목동들과 양떼와 염소떼의 피해가 없도록 방패와 울타리가 되어 준 것입니다. 다윗과 그의 군사들은 자발적으로 ‘나발과 아비가일’에게 선한 일을 베푼 것입니다. 마치 왕과 그의 군대가 자기 나라의 백성과 재산을 보호하는 듯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그들을 돌보아 주었을 것입니다. 사실상 ‘나발과 아비가일’은 다윗에게 큰 사랑의 빚을 지고 큰 은혜를 입은 자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털 깎는 때가 왔습니다. 이 기간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한 해 농사의 열매를 거두는 추수의 시간입니다. 털을 깎아서 팔면 큰 돈을 벌고, 한 해 수입의 대부분이 이때에 주어지기 때문에, 큰 기쁨과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이었습니다. 한 마리의 가축 피해도 없게 지켜 주었던 다윗이 이 소식을 듣고 배고프고 힘든 가운데 자기를 따르는 자들을 위해 음식 한 끼를 주인인 ‘나발’에게 겸손하고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사실 베푼 사랑의 수고와 은혜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요청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발’은 감사와 대접과 보답은커녕 거절과 배은망덕한 언행으로 다윗과 그 일행의 수고를 모른 체했을 뿐 아니라, 사울에게 쫓겨 다니는 힘든 다윗을 조롱하고 모욕까지 서슴지 않는 ‘나팔’을 불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발’은 그야말로 영혼을 죽이고 격노케 하는 말들을 내뱉었습니다.
첫째, 교만한 말과 거만한 말과 무시하는 말
털 깎는 소식을 들은 다윗은 “네게 양털 깎는 자들이 있다 함을 내가 들었노라 네 목자들이 우리와 함께 있었으나 우리가 그들을 상치 아니하였고 그들이 ‘갈멜’에 있는 동안에 그들의 것을 하나도 잃지 아니하였나니 네 소년들에게 물으면 그들이 네게 고하리라 그런즉 내 소년들로 네 은혜를 입게 하라 우리가 좋은 날에 왔은즉 네 손에 있는 대로 네 종들과 네 아들 다윗에게 주기를 원하노라”(삼상 25:7, 8)며, 정말 아비를 공경하는 자식처럼 겸손하고 정중한 말로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발’은 겸손하고 정중한 다윗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다윗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누구뇨”(삼상 25:10) 하며, 다윗을 모른 체하고 자신을 위해 다윗이 행한 선행까지 무시했습니다.
그 당시 이웃나라 블레셋의 무시무시한 장수 골리앗과 그 군대를 물리치고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다윗의 이름을 이스라엘 온 천하가 알았습니다(삼상 17-18장). 그러나 사울 왕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형편상 억울하게 쫓겨 다니는 처지에 놓인 다윗에게 나발은 무시하는 말과 교만한 말로 거만하게 응답한 것입니다.
다윗은 격노해 나발과 그 가문 전체를 멸하기로 하나님 앞에 서원할 정도로 마음이 상했습니다. “내가 이 자의 소유물을 광야에서 지켜 그 모든 것을 하나도 손실이 없게 한 것이 진실로 허사라 그가 악으로 나의 선을 갚는도다 내가 그에게 속한 모든 것 중 한 남자라도 아침까지 남겨두면 하나님은 다윗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삼상 25:21, 22).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무시하는 교만한 말, 거만한 말을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을 격노케 하며, 마음을 깊이 상하게 하며, 영혼을 죽입니다. 어떤 처지에 있건, 설령 가장 비천한 처지에 있어도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결코 잃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약한 자, 못 가진 자에게 더욱 친절하고 존중하며 섬기는 자세로 대해야 마땅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자녀다운 언어생활, 향기나는 언어생활이 될 것입니다.
둘째, 조롱하는 말과 비하하는 말과 악평하는 말
나발은 교만하고 무시하고 거만한 말뿐 아니라 다윗을 조롱하고 비하하고 악평하는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근일에 각기 주인에게서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도다 내가 어찌하여 내 양털 깎는 자를 위하여 잡은 고기를 가져 어디로서인지 알지도 못하는 자들에게 주겠느냐”(삼상 25:10, 11). 나발에게서 그야말로 받은 은혜를 무시하며 악에 악을 더하는 배은망덕한 언어생활, 즉 영혼을 죽이는 언어의 자세와 특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윗은 장차 왕이 될 자였고,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천하무적의 골리앗을 꺾은 장수였고 이스라엘의 영웅이었습니다. 비록 잠간 사울 왕에게 쫓기는 처지에 있었지만 힘든 가운데서도 나발에게 선을 베풀었고, 남에게 조롱받을 일이나 비난받을 일을 결코 한 적이 없는 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는 조롱과 비하하는 말과 악으로 선을 갚는 말을 들었을 때, 다윗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였고 나발 가문을 몰살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조롱의 말, 남을 비하하는 말, 남을 악평하는 말을 삼가야 합니다. 자신의 말 때문에 자신이 죽는 비극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다윗의 분노를 잠잠케 하고, 가문을 몰살의 위기에서 구할 뿐 아니라 다윗의 심령에 위로와 용기를 주고, 다윗의 마음이 하나님을 찬양하도록 감동시키는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나중에 나발이 병으로 죽은 후 다윗이 자신의 아내=왕비로 삼을 만큼 아비가일의 언어생활은 겸손과 지혜와 감동 그 자체였고, 하나님을 믿는 성도의 언어생활에 탁월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영혼을 살리는 말의 자세와 특징을 밝히 보여 주는 아비가일의 언어의 능력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누구를 만나든지 언어생활에서 겸손하고 지혜로우며, 정중하고 친절하며, 자상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피차 결단하고 기도하며 힘쓰는 한 주간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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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복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