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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21” 믿음으로 일궈낸 기업

미국에서 88위 부자 Forever21 장도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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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이뤄졌다. 무일푼으로 미국에 갔던 장도원· 장진숙 부부는 30여 년 만에 36억 달러(41400억원)의 재산을 모았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가운데서도 상위권인 88위다. 올해 처음 400대 부자에 진입한 18명 중 최고 순위다. 그들이 창업한 포에버21’이 고속성장 중이고 올해 매출액이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미국 부자 순위를 흔들 인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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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 38

한국 재벌가 부자들과 견줘도 이들의 재산은 놀랍다. 포브스코리아가 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한국 40대 부자 리스트를 살펴보자. 장 회장 부부의 재산은 3위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주의 44690억원에 조금 못 미치고, 4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35970억보다는 많다. 1위 이건희, 2위 정몽구, 3위 정몽준 등 모두가 굴지의 재벌가 2세인 걸 감안하면 장 회장 부부의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놀라운 성공은 이 부부를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7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로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38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9월엔 부인 장진숙씨가 미국에서 6명밖에 없는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포브스 선정 세계 파워우먼 39위에 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49)보다 높은 순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 인물이었던 이들 부부는 벼락 스타가 돼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부부의 성공엔 부인 장진숙씨의 공이 컸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남편 장도원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포에버21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 부부가 만든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패스트 패션계의 다크호스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에 맞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는 미국,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 어딜 가도 중심가에서 포에버21 매장을 만날 수 있다.


10대에 명동에서 커피 배달이 첫 사업

미국의 이민자로 출발해 전 세계 470여 개 매장에 4만여 명의 직원을 두고, 3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 제국의 수장 장도원 회장. 그는 남다른 감각과 수완으로 짧은 기간에 포에버21을 굴지의 패션 브랜드로 키웠다. 그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당시 한국에서 가장 번화가였던 서울 명동에 터를 잡는다.


커피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다는 걸 재빨리 알아차리고 커피 배달 일에 뛰어든 것. 겁 없이 시작한 한 평짜리 작은 커피 배달 가게는 그의 첫 사업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넓은 땅에서 기회를 잡고 싶었다. 1981년 아내인 장진숙씨와 함께 무일푼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때 그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식당 접시닦이, 청소, 주유소 아르바이트, 낯선 미국에서 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저희가 이민 온 81년에는 미국에서 ‘Korea’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를 때였습니다. 그 당시 이민 온 사람들은 언어, 문화, 인종의 장벽을 뛰어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직업을 선택할 여지는 거의 없었죠.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해야만 했죠.”

그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주변에서 저렇게 살아도 되나할 정도로 각박하게 살았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이민 3년 만인 1984년 의류업을 시작했다. 그게 바로 포에버2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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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는 항상 고객의 이익과 고객의 필요

어느 날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쇼핑을 가게 됐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사고 싶었고, 가족에게도 사주고 싶었죠. 하지만 내 형편엔 무리였습니다. 내 사업을 하게 되면 가족과 즐기며 쇼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무엇보다 의류 산업(Garment industry)이 발달한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특성이 지금의 사업을 시작한 중요한 계기가 됐죠.” 


포에버21은 매년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하지만 동전엔 양면이 있는 법. 포에버21을 키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저작권 분쟁과 항상 씨름해야 했다. 미국의 유통업체 앤스로폴로지는 지금까지 포에버21을 상대로 50차례에 걸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포에버21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미국은 저에게는 제2의 고향이자 지금의 저와 가정, 그리고 포에버21이 있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찾던 중 실업률 문제가 절실하다는 걸 알았죠. 그 후부터 회사의 안정과 매출보다는 고용창출에 중점을 두게 됐습니다(포에버21의 직원은 200821000명에서 현재 35500명으로 늘었다).” 그는 포에버21의 성공요인을 세 가지로 꼽았다. “다른 기업에서는 기업 이익과 직원의 권익을 첫 번째 우선순위(first priority)로 두죠. 하지만 우리의 우선순위는 항상 고객의 이익과 고객의 필요입니다. 고객 취향에 맞는 좋은 쇼핑 환경 속에서 값싸고 좋은 물건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꾸준히 일했습니다.


포에버21의 노란 쇼핑백에 요한복음을 새겨 넣다

유통업(Retail)은 단시간에 성공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오랜 시간 끊임없는 노력과 재투자를 해야 하고 결과 또한 바로 나타나지 않죠. 저희는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을 때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한 우물만 팠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믿음입니다. 저희는 기독교를 믿으며 다시 태어났습니다(Born again Christian). 믿음이 있었기에 회사, 가족, 신앙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되지 못했을 겁니다.” 2009년 포브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25명의 재미동포라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장도원 회장은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리스트에 올라간 대부분의 재미동포는 고학력 엘리트였다. 자수성가해 사업가로 꿈을 이룬 이는 장 회장 등 몇몇에 불과했다. 그는 성공 요인으로 종교의 힘을 꼽는다. 타 종교에 배타적인 한국에서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기독교의 나라이고, 장 회장 부부가 이민자로 기댈 언덕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포에버21의 노란 쇼핑백에 요한복음을 새겨 넣는 것은 유명하다. 이는 자신들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셈이다. “종교라기보다 저는 크리스천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믿음을 갖기 전의 삶과 그 후의 삶은 완전히 다릅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제 확실히 압니다


예수님은 나의 롤 모델(Roll model)이고 전부입니다.” 그렇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생철학이나 사업철학이 있는 건 아닐까? 그는 하루하루에 충실할 뿐이다. 내일 일도 모르면서 5, 10년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저 어떤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 딸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

포에버21은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부인 장진숙씨와 두 딸이 임원 역할을 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우리 가족은 매일 볼 수 있고 공통된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서로 돕고 격려하고, 때론 서로 경쟁도 하면서 지냅니다. 서로 다른 민족으로 구성된 직원들도 가족처럼 일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 


두 딸은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장 회장은 두 딸이 유행을 보는 눈과 마케팅에 대한 판단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업에 참여시켰다고 했다. 장도원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부인은 구매를 맡고 있다. 두 딸은 마케팅과 상품전시를 책임진다. 장 회장 일가가 회사 전체 지분의 90%를 갖고 있다


포에버21영원히 21세의 젊은 마음을 유지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주 소비층인 20대를 겨냥한 것이다. 더불어 장씨 부부가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순수한 마음을 계속 지니자는 뜻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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