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목사(어스틴제일장로교회 담임)

by YK posted Sep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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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2014. 9. 14.
 
  요즘 김창옥이란 분의 강연이 많은 사람들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필자도 한번 영상으로 강연을 들었는데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젊은 분임에도 인생의 따뜻함과 공감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한 유익한 제안을 하고 있어서 각박하고 고달픈 이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뜨거운 여름의 한바탕 소나기같은 즐거움을 주더군요. 그분의 강연중에 들은 내용입니다. 아마 이분은 유명한 연사라서 사회각계각층에서 강연교섭이 많이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신부님들의 모임에서도 강연부탁이 오고 판검사 모임이나 각종 회사에서 사원연수때 강사로 와주십사하고 줄을 서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분은 자신도 고달프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뿐인데 사람들이 자기가 강연을 잘하니까 삶도 그렇게 평온한줄로 오해를 하는데 그 점이 가장 서글프다고 하더군요. 한번은 신부님들의 모임에 가서 강연을 잘 마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부님들이 어찌나 열심히 진지하게 자신의 강연을 들어주는지 강사가 도리어 위로를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말못할 고민을 신부님 중 한분에게 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한 신부께서 그 강사의 손을 잡고 “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다” 고 청하는 것입니다. 아 마침 잘 되었구나 이 분에게 내 고민을 상담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신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정말 힘들어서 신부를 그만하고 싶습니다. 저를 좀 상담해주세요…” 하고 말입니다. 그 강사는 혹을 떼려다가 도리어 혹을 붙인 기분이더랍니다. 신부생활하는 성직자조차 인생의 고민과 갈등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어쩌면 인생에 대해서는 모두 진솔할 수 밖에 없다는 보편성을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어딜가도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그 강사는 결국 프랑스의 외딴 시골에 있는 수도원에 자원하여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말도 시원스럽게 통하지 않는 프랑스신부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해보지만 그저 하나님과 대화해보라는 원론적이고 지극히 단순한 대답만 들려주더랍니다. 결국 스스로 답을 찾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한 이 분은 정말 낙심이 되어 며칠동안 기력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하였답니다. “ 주님, 앞으로 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마음의 음성이 들리더랍니다. “ 여기까지 잘 왔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정말 자신의 인생이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자신이 갑자기 대견스럽더랍니다. 그동안 그렇게 수고하면서 살아온 자기자신에 대해서 너무 엄격하기만 했구나하는 반성이 들더랍니다. 그리고나서 이제는 남에게만 아니라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좀 관대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것입니다. 필자생각에는 그 강사는 깊은 묵상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 각성을 경험한 것이지요. 인생을 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기회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회복과 위로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가서야 드러났다는 점이 우리를 겸손하게 해줍니다.

  성공한 인생이란 소유의 많고적음이 아니라 존재가 얼마나 풍요한가에 대한 것임을 수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강사의 고백은 이러한 인생진리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잘왔다며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이에게 생명의 풍요가 있습니다. 지나친 자학도 지나친 비평도 모두 다 스스로의 존재를 넘어서는 오만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허물을 덮어주고 작은 일에 감사하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음미하며 사는 겸손과 감사의 삶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전도잔치가 이러한 풍요를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용진 목사(어스틴제일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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