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 회장인 김대열 장로(60세, 예장통합 대광교회)는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힌 후, 말리 이사장이 ‘다년간 기독교복음침례회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여 왔으나 더 이상 기독교복음침례회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을 중단하겠다’는 요지의 각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각서에는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 말리 홀트’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7월 8일에 말리 홀트 이사장이 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김 장로는 “말리 이사장의 이런 결정이 있기까진 이사들의 설득과 강력한 주문이 작용했다.”면서 “7명의 이사 중 6명(목사 2명, 장로2명, 권사 1명, 교수 1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말리 이사장에게 분명하게 말했다.”는 것.
▲말리 홀트 이사장이 서명한 각서 |
김 장로는 말리 이사장에게 “그동안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부모님 대를 이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헌신한 점 등은 인정한다. 그리고 말리 이사장 개인은 구원파에 다녔으나 직원들에게 다니라고 강요하지 않았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유병언 구원파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느냐. 이제 개인을 떠나 홀트를 생각해야 한다. 구원파와 관계를 끊어라. 아니면 홀트를 떠나라. 결정할 수 있도록 1주일간 시간을 드리겠다. 만일 계속 (구원파 교회에) 나가겠다고 고집한다면 이사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며 강력하게 권고했다고 한다. 이어 김 장로는 “이러한 이사들의 강력한 권고를 듣고 말리 이사장이 구원파 교회의 신앙생활을 중단하겠다는 각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입양 기관의 대명사로 불리는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이자 ‘장애인의 영원한 대모’로 불리는 말리 홀트. 그러나 그녀가 ‘골수 구원파 신도’라는 사실이 지난 2002년 9월 11일자 <교회와신앙> 지면을 통해 알려지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일어났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강력한 유탄을 맞은 것이다. 즉 교회나 기독교 기관 등에서의 후원이 끊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복지회에 근무하는 기독교인 직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김 장로는 “홀트아동복지회는 사실 구원파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단지 말리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구원파와 관계를 가졌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복지회가 구원파와 관계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복지회나 직원들이 입은 피해가 결코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중에는 목회자 사모나 자녀들도 있다. 이들이 구원파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홀트아동복지회에 다닌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손가락질을 당해야 했다. 실제로 목회자 아들인 한 직원이 결혼할 배우자 부모님으로부터 ‘왜 홀트아동복지회 다니는 사람과 결혼하려 하느냐’고 반대하여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적도 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말리 홀트 이사장은 자신의 개인적 신앙 때문에 복지회 직원들이 당한 이러한 고충과 후원이 끊어져 부서 기관들이 겪어야만 했던 재정적인 애로사항을 몰랐을까?
“왜 몰랐겠는가? 그런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리 이사장은 구원파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몸이 아파서 구원파 교회도 못나가고 일년에 한번 있는 여름수양회에도 참석을 못했다.”며 김 장로는 홀트아동복지회 측이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말리 이사장이 구원파와의 관계와 집회 참석을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김 장로는 또 “홀트아동복지회가 (구원파에 다니는) 말리 이사장을 퇴출하면 복지회는 산다. 그러나 말리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상을 입을 것이다. 부모님을 이어 일평생 헌신해온 사역이기 때문이다. 말리 이사장이 그동안 공헌한 점과 여러 가지 사정 등을 감안하여 복지회가 말리 이사장을 품기로 했다. 설립자 딸이 생존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이사장하면 그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겠는가? 이미 이사들이 단호한 의지를 굳히고 있었고, 때마침 세월호 참사가 터져 강력히 권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유병언 구원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연일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을 때 말리 이사장은 처음엔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유병언이가 말리 이사장에게 너무 잘해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말리 이사장이 구원파에 정식으로 입회원서를 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던 중 유병언의 숨겨진 내막이 드러나고 구원파의 속살이 벗겨지면서 이를 접한 말리 이사장은 ‘떳떳하다면 나가서 조사받지 왜 그러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밝힌 김 장로는 “말리 이사장의 지금 심경은 한마디로 멘붕상태인 것 같이 보인다.”고 전언했다.
25세 처녀의 몸으로 부모가 세운 홀트아동복지회에 간호사 자원봉사자로 한국에 건너와 장애우들과 아동복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말리 홀트 이사장. 하지만 지난 2012년에 골수암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아 회복단계에 있는 가운데 수십 년 동안 의지해온 구원파의 숨겨진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말리 이사장은 지금 개인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거센 신앙의 폭풍 앞에 내몰렸다. 신앙의 아노미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사들의 강력한 권면을 받아들여 구원파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이사회에 제출한 말리 이사장. 그녀의 개인적 고뇌가 어떠했을지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말리 홀트 이사장은 이제 60여 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 홀트일산복지타운(장애인시설) 내에 있는 홀트교회에서 장애원생들과 함께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것을 약속했으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참고로 홀트교회는 현재 김주현 감리교단 소속 목사가 목회하는 초교파교회이다.
유병언 사태로 또 한번 위기를 맞을 뻔한 홀트아동복지회. 말리 홀트 이사장의 개인적 신앙으로 인해 오랫동안 구원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온 홀트아동복지회가 이사들의 단호한 결지로 말리 이사장의 구원파와의 관계 차단은 물론이요 기독교신앙으로 새로운 도약의 날개를 펼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사들은 혹시라도 말리 이사장의 과거의 친분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원파 측과 접촉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이러한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차단하면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620명의 직원을 거느린 홀트아동복지회 회장 김대열 장로. 1984년에 입사하여 만 30년 동안 복지회에 근무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그러다가 지난 2012년 9월에 회장으로 취임한 김 장로와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복지회가 그동안 말리 홀트 이사장으로 인해 겪어온 고충이 어떠했는지, 그러면서도 모든 직원들이 말리 이사장을 얼마나 아끼며 염려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이제 과거의 아픈 이미지를 벗고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발전해 가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따라서 복지회에 속한 모든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당당한 행보를 내디딜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따뜻한 격려의 박수가 필요할 때다.
“홀트아동복지회가 기독교 신앙으로 다시 새롭게 비상할 것이다. 기도하며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란다.”며 필자에게 내민 김대열 장로의 손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