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믿음 더욱 굳세라 주가 지켜 주신다. 어둔 밤에도 주의 밝은 빛~~~인도 하여 주신다." 2010년 4월 맑은 날. 노회도, 교회도 각기 다른 남성들이 그들만의 작은 공간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4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나이마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모두가 목회자다. 또 찬양을 좋아한다.
찬양이 좋아, 합창이 재미있어, 그리고 복음 사역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동력 삼아 '로뎀나무 목사합창단'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4년 8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연습실에서 다듬어진 환상의 하모니를 4년째 연출 중이다. 단원들은 격주 화요일 저녁 6시부터 합창 연습을 한다. 바쁜 목회 일정 속에도,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에도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기꺼이 달려온다. "아, 에, 이, 오, 우~~" 연습에 참여한 40여 명의 목사가 소리를 내고, 박자에 맞춰 숨을 내쉰다. 발성 연습 중이다. 중년의 목사들이 입을 풍선처럼 만들다가 으레 짓는 홀쭉한 표정이 참으로 장관이다. 잠시 후, 황성호 목사(광생교회)의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고 단원들의 시선이 지휘자 김현규 목사(제자들교회)의 손끝에 고정된다. 손가락 신호에 따라 다양한 음색이 조화를 이룬 '이 믿음 더욱 굳세라', '내 평생에 가는 길', '괴로울 때 주님의 얼굴보라' 등을 열창하는 단원들의 중저음 목소리가 우렁차다. 연습에 집중하던 운영위원장 심상태 목사(능주중앙교회)는 "평범한 목회자들이 찬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였다. 음악적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웃에게 기쁨을 주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열정을 품고 참여한다"고 했다. 찬양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시작한 로뎀나무목사합창단(단장:김민식 임채수 정연수)은 호남 지역의 유일한 목사합창단이다. 그리고 전남노회와 광주노회 광주동노회의 목사 회원으로 구성됐다. 단원의 70%는 농어촌교회와 개척교회를 시무하는 목사이다. 그래서일까. 합창단의 하모니에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열악한 농촌환경을 극복하고, 복음의 씨앗을 새로이 심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목사들의 울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지 '찬양이 너무 좋아 함께한다'는 그들. 로뎀나무목사합창단을 창단한 지휘자 김현규 목사는 "동역자들의 아픔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합창단을 조직하게 됐다"며 "광주노회와 광주동노회가 함께 시작했지만, 전남노회 목사님까지 참여하면서 광주 지역 3개 노회가 조화를 이루는 합창단이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합창단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의 길을 여는 소통의 통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지난 2009년 노회 경계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며 아픔의 상처가 남았던 노회 간의 갈등에 단원들의 친밀한 교제가 노회 간의 교제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종 목사(군서제일교회)는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찬양이 좋다는 정말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참여한 목사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뿐만 아니라 3개 노회의 화합과 조화를 이루는 통로가 되고 있다"며 "합창단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전남노회 광주노회 광주동노회가 앞으로도 조화를 이루어 나가길 기도하고 응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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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치유'라는 무거운 난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합창단은 창단과 함께 호남신학대학교 총동문대회에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그리고 광주지방경찰청장 취임감사예배, 본교단 제95ㆍ96ㆍ98회 총회, 전남ㆍ광주ㆍ광주동노회 정기노회, 경찰의 날 기념예배, 전국 신학대학 총연합회, 광주경찰청 경목연합회 정기총회, 광주5ㆍ18 민주화 운동 32주년 기념예배, 재능기부로 이뤄진 사랑의 연탄 모금현장 순회 찬양, 두 차례에 걸친 정기공연 등 다수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목사로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새로운 힘과 찬양의 기쁨을 전하기 위한 사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역 교회 또한 이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단원들의 사역을 독려하고 있다. 이춘길 목사(예본교회)는 "노래를 잘하진 못해도 합창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있다"며 "더 많은 목사님들이 로뎀나무목사합창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교회와 노회, 성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회에서는 진정한 찬양과 섬김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노회에서는 소통의 다리가 되어 조화를 노래하며 활력소가 되는 로뎀나무목사합창단. 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여전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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