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대 터키 실종’ 5대 미스터리
10대 한국인인 김모군(18)이 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실종된 지 오늘(10일)로 10일째가 됐습니다. 현지 언론은 그가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넘어갔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단정하기 이르지만 김군의 행적을 보면 납치보다는 IS 가담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테러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IS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군 실종사건은 ‘테러조직’이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과연 김군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김군 실종의 5대 미스터리를 살펴봤습니다.
서울시 금천구에 사는 김모 군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지냈습니다. 집에서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게임이나 해외 여행 사이트에 자주 접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김군은 부모에게 “터키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7박8일 여행을 가겠다”며 “터키에 다녀오면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고, 김군의 부모는 아들을 믿고 보내줬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보내자니 여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군의 부모는 미성년자인 아들을 위해 같은 교회에 다니는 홍모씨(45)를 소개받아 동행하도록 했습니다. 김군과 홍씨는 지난 8일 이스탄불로 출국했는데, 김군은 해외여행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김군의 행적이 이상했습니다. 터키하면 떠오르는 제1의 관광지는 수도인 이스탄불입니다. 비즈니스가 아닌 이상 관광객들은 이스탄불을 관광하는게 관례인데, 김군은 유명 관광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곧바로 가지안테프로 날아갔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차량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시리아 접경도시 킬리스로 옮겼고, 9일 오후 킬리스의 메르투르 호텔에 체크인 했습니다.
킬리스는 터키의 외딴 시골마을로 관광지는 아닙니다. 면적 15㎢ 정도에 인구 8만5000명 수준인 소도시입니다. IS와 알카에다 연계 반군인 알누스라전선 등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지역과 5∼1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며, 외국인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몰래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하는 경로로 꼽히는 곳입니다.
김군은 지난 10일 동행인 홍씨에게 말도 없이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짐을 모두 챙긴 후 사라졌습니다. 호텔을 떠나던 김군은 왠지 모르게 매우 불안한 표정이었다고 호텔 직원은 전했습니다. 호텔을 나온 김군의 행적은 며칠 뒤 인근의 CCTV에 포착됐습니다. 김군은 호텔 앞에서 국산 카니발 승용차에 탔고, 국경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김군은 처음부터 관광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터키에 입국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행자 홍씨는 김군이 사라진 뒤 혼자 찾아다니다 사흘째 되던 12일 주 터키 한국대사관에 김군의 실종 신고를 했고, 부모는 15일 한국 경찰에 아들의 실종을 신고했습니다. 그러다 현지 언론이 김군의 실종과 관련해 "18세 한국인 남성이 시리아로 불법입국해 IS에 가담했다"고 17일 보도하면서 ‘IS 가담설’이 확산됐습니다.
김군은 터키로 떠날 때 만날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족에게는 터키에 있는 펜팔친구인 ‘하산’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행 중에 하산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김군의 행보를 보면 ‘하산’과의 만남을 위해 터키여행을 선택했다고 보여집니다.
‘하산’이라는 이름은 이슬람권에서는 아주 흔한 이름입니다.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면서 우리에게도 낯설지가 않습니다. 김군은 킬리스 메르투르 호텔을 빠져나와 하산을 만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터키여행이 처음인 김군이 동행이 있는데도, 몰래 호텔을 빠져나와 사라졌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김군이 킬리스에서 머물렀던 M호텔.
여러 정황을 보면 김군에게는 조력자가 있었고, 터키행과 킬리스로의 이동, 호텔을 빠져나올 때가지의 과정에 누군가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고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그 대상이 바로 ‘하산’이라는 인물인 것입니다. 즉 킬리스에 가서 IS 모집책을 만나서 같이 행동하며 시리아 국경을 넘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김군과 ‘하산’은 SNS에서 접촉했습니다. 김군이 터키어와 아랍어를 구사할 정도는 안 되었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면 한국계 외국인 IS 대원이 한국인 포섭을 담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산’이 현지 아랍인이라기 보다는 IS에 가입한 한국계 외국인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3. 점점 드러나는 IS와의 관련성
김군이 실종된 후 IS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군의 PC와 휴대폰 통화내역,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김군과 IS와의 관련성도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김군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4명의 남자가 각자 소총을 들고 IS깃발 같은 물체를 들고 있는 사진이 깔려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 김군이 SNS 교신 내역을 살펴보다가 ‘슈어스팟’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것은 IS가 조직원 모집에 사용하는 대표적 채팅 프로그램입니다. 경찰은 김군이 슈어스팟을 통해 터키에 있는 사람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이용자와 수차례 대화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보완성이 뛰어나고 대화 내용이 서버에 남지 않으며 발신자가 얼마든지 삭제할 수 있기 때문에 IS가 ‘KIK'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김군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IS의 사상과 이슬람 교리, 투쟁전술 등에 심취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IS는 김군처럼 IS에 관심을 가진 접속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접속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즉각 슈어스팟과 KIK, 스카이프 등 모바일 메신저 앱을 통해 일대일 접촉에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IS는 이 과정에서 계속 계정을 바꾸어가면서 추적을 피하다가 접촉 대상이 정말 관심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면 개인 이메일이나 전화연락을 통해 조직원으로 유인하게 된다고 합니다. 김군도 이런 방식으로 IS 심리전 요원들에게 포섭됐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만약, 김군이 시리아로 가서 IS에 가입했다면 IS가 선전영상 등을 공개하지 않는 한 김군의 소재는 확인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김군과 동행한 홍씨의 행보도 이상합니다. 홍씨는 김군 부모의 교회 지인이 소개했는데요. 김군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영어를 잘하고 (터키에서) 여행 경험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동행을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씨를 이를테면 김군의 보호자 역할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도 김군의 터키행이 관광목적인데도 이스탄불에 머물지 않고, 관광지가 아닌 소도시 칼리스행에 대해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또 김군이 사라진 뒤 이틀 동안 신고하지 않은 점도 의문입니다. 홍씨는 칼리스에 도착해 메르투르 호텔에서 김군과 더블룸을 함께 썼다고 합니다. 그는 현지 조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이틀 동안 혼자 찾아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호텔 측 관계자는 이와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군이 사라진 후 홍씨는 사흘 동안 오전에 30분 정도만 외출했을 뿐 계속 방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김군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홍씨는 또 경찰에 신고하라는 호텔측의 권유를 거부하고 이틀 후인 12일 터키의 한국대사관에 연락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부모에게 부탁을 받은 동행인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간을 끌었다는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홍씨는 지난 17일 귀국했지만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소나 고발이 없는 상황에서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데요. A씨는 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을까요?
김군이 IS에 가담한 것이 드러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합니다다. 크게는 두 가지에 저촉됩니다. 첫째, 형법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에 따르면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하거나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IS는 테러단체로 규정되었기 때문에 김군이 가담했다면 여기에 해당됩니다.
둘째, 시리아와 우리나라는 국교를 맺지 않고 있습니다. 또 외교부가 정한 여권사용 제한국가입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이라크,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5개 국가에 대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치안 불안, 테러 위협 등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된다”며 여권 사용 제한 기간을 연장한 바 있습니다. 만약 김군이 시리아로 입국한 것이 밝혀지면 현행 여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만약 김군이 인명을 살상한 테러에 가담한 것이 드러나면 테러를 당한 국가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악명높은 ‘이슬람국가(IS)’의 실체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는 2003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이라크 하부조직으로 출발한 단체다. 2014년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과 인근 유전 지역을 점령하면서부터 엄청난 기세로 확장을 거듭했다.
이들의 목적은 이슬람 지도자 칼리프(Caliph)가 통치하는 독립국가 창설이다.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추대했다. 시리아의 락까에 본부를 둔 IS의 자금력과 조직 동원력, 군사력은 이전의 다른 무장단체나 테러조직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협적이다.
이들은 2014년 6월 이라크 모술과 인근 유전 지역을 점령하면서 유전과 댐 등 기반 시설까지 확보한 데다가 수니파 부호들의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역사상 최고 부자 테러단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과거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단체와는 달리 영토를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당초 1만 2000∼2만 명 수준이던 군사력도 2014년 10월을 기준으로 최대 5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며, 여기에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영국 등 외국 국적을 가진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IS는 소셜미디어를 주요 선전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IS는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포함해 조직원 전체가 이슬람의 창시자이자 선지자인 무함마드(571~632)를 상징하는 검은색 옷을 입는다. (참조=시사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