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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과 사람[소기범 목사]


소기범 목사.png



우리는 매일같이 말을 사용합니다. 공기처럼 우리에게 말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영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과 다음 회에 걸쳐서 우리의 영성과 말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말의 영성’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말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 회에는 말과 하나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말, 마음에 가득한 것이 드러나는 것

말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우리는 두 가지의 중요한 말씀을 묵상해야 합니다. 첫째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 보여 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할 때에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어떠한 톤으로 이야기하는지, 어떠한 내용을 말에 담는지 주의깊게 듣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판단합니다.

마태복음 12장에서 예수께서는 밖에 드러나는 열매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씀합니다. 특별히 예수께서는 말이라는 열매야말로 그 사람이 좋은 나무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씀합니다. 왜냐하면 말은 ‘마음에 가득한 것이 드러나는 것’(마 12:34)이기 때문입니다.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게 됩니다(마 12:35). 자신의 마음 속에 분노를 쌓은 사람은 분노의 말을 내뱉게 됩니다. 마음 속에 미움을 쌓은 사람은 미움의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마음에 사랑을 쌓은 사람은 사랑의 말을 뱉어내게 됩니다. 


마음에 겸손을 쌓은 사람은 겸손의 말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교만과 고집이 가득한 사람이 겸손과 사랑의 말을 하는 것은 한두 번쯤 가능하지만,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자신의 마음에 쌓여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말은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드러내 주는 거울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말이 나라는 존재와 본성을 드러내 보여 줍니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를 다듬고 훈련하는 것은 또한 말에 대한 훈련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말이 나의 존재를 드러내 보여 주는 것처럼, 반대로 말에 대한 훈련은 나라는 존재를 다듬어 가는 중요한 훈련 방법이 됩니다. 야고보서는 우리에게 “말을 제어하는 것이 온 몸을 제어하는 것”이고,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약 3:2-3). 그래서 말에 대한 훈련이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말, 겸손한 말, 긍정적인 말은 나라는 존재를 아름답고 겸손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다듬어 줍니다.


생각 없이 상처 주는 말

말과 사람의 관계에서 두 번째로 묵상해야 하는 말씀은 하나님은 우리의 말에 대해서 심판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께서는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 12:37)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말로 인해 옳다고 인정받고, 말로 인해 심판을 받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특별히 예수님은 우리가 사용하는 ‘무익한 말’(마 12:36)에 대해서 심판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무익한 말’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주의한 말’입니다. 많은 영어 성경은 이 구절을 ‘careless word’라고 번역합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말을 가리킵니다. 또 ‘thoughtless word’라고 번역하는 영어 성경도 있습니다. 생각 없는 말입니다. 생각 없는 말, 주의하지 않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하나님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생각 없는 말에 대해서 그 책임을 물으신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마음의 상처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은 말과 관계된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생각 없이 한 말이나, 주의하지 않고 한 말로 인해서 얼마나 큰 상처를 경험하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어떤 힘든 일이나 실패를 겪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실패와 고통의 순간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나 그 중심에는 말과 관계된 일이 있습니다. 


사실 힘들었던 그 일 자체보다 그 가운데 들었던 어떤 말이 우리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입에서의 30초가 가슴에서 30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입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은 30초도 걸리지 않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의 가슴에서는 30년 동안 남아 가슴 아픈 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서는 “내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 1:19)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그렇게 반대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듣는 것은 얼마나 천천히 하는지, 사실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말을 하는 데에는 얼마나 재빠른지, 들은 것을 생각도 하기 전에 입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무익한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듣는 것을 잘하고, 말하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랑의 목적을 이루지 않는 말

  
 

하나님이 심판하시는 ‘무익한 말’이 가진 두 번째 의미는 말 그대로 ‘쓸모없는 말’입니다. 한 영어 성경은 이것을 ‘empty word’라고 번역합니다. 한 마디로 공허하고, 쓸모 없는 말입니다.


우리의 말에는 모두 저마다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말씀은 그 말씀의 목적을 온전히 이루는 말들입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사 55:11).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헛되이 되돌아오지 않고, 언제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을 이루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말씀으로 사람을 위로하시는 사랑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은 언제나 이러한 창조의 목적, 사랑의 목적을 이룹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되는 무익한 말은 그 목적을 이루지 않고 헛되이 되돌아 오는 공허하고 쓸모없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공허하고 쓸모없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결국 ‘사랑의 목적을 이루지 않는 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이 담긴 마태복음 12장은 그 문맥이 예수께서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시는 장면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께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보면서 예수를 믿기는 커녕 오히려 예수가 귀신의 능력을 힘입어서 이런 일을 한다고 비방합니다. 


성령의 역사가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의 욕심과 죄 때문에 성령의 역사를 귀신의 역사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들의 말은 마음의 악한 생각으로부터 나오는 무익한 말입니다.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세워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과 죄악으로부터 예수님을 깎아 내리고, 명백한 성령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쓸모없는 말입니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고, 남을 깎아 내리려는 사랑이 없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허하고 쓸모없는 무익한 말입니다.

이러한 사랑이 없는 무익한 말을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 1절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됩니다.” 우리의 말이 아무리 고상한 말일지라도, 천사의 말과 같은 능력과 비범함이 있을지라도, 그 안에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공허한 소리에 불과한, 쓸모없는 말이 됩니다.

오늘 예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의 말이 사람을 살립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것처럼 사랑의 목적을 이루는 말, 무언가를 세우고 건설하는 창조적인 말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은 또한 우리의 본성을 드러내 줍니다. 우리의 말을 훈련하는 것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을 다듬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루기를 원하시는 ‘말의 영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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