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두 얼굴
2015/04/15 ㆍ추천: 0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개신교, 천주교, 불교 3개 종단이 세월호 참사 이후 보인 종교계의 활동과 역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신교 대표로 나선 김희헌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양면성을 극복하고 민중을 위로하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3개 종단이 주최한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됐다.ⓒ뉴스미션
세월호에서 발견한 한국교회의 양면성 뿌리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3대 종교 연구소가 공동으로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개신교 발제자로 나선 김희헌 교수(성공회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의 양면적인 두 모습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신교는 서로 매우 다른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실규명을 위해서 활동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애도를 방해하는 정부의 그릇된 행위를 비호하는 일에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양면성의 뿌리를 메시아의 두 가지 계보에서 찾았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가 숭상하는 메시아는 두 계보로 나타난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으며 참사를 일으켜서라도 어떤 목적을 이루는 메시아요, 다른 하나는 참사로 인해 고통을 당한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메시아다. 어떤 메시아를 대망하느냐에 따라 종교가 취하는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말하기 위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종교의 메시지에 담긴 ‘메시아가 과연 어떤 계보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메시아의 계보를 가르는 기준은 ‘사회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메시지가 되는가’이다. 종교의 기만과 태만은 이 질문이 배제된 곳에서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이후의 종교계, ‘한(恨)의 사제’ 돼야”
김 교수는 일상이 참사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종교가 ‘한(恨)의 사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학자 서남동 목사의 주장을 인용, “우리는 진정으로 저들의 상처를 싸매주고 비굴해진 저들의 주체성을 되찾는 데 함께하고, 저들의 역사적 갈망에 호응하고, 저들의 가슴 속에 쌓이고 쌓인 한을 풀어주고 위로하는 ‘한(恨)의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그는 “한의 사제로서의 역할은 개신교만이 아니라 세월호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 모두에게 해당된다. 민중들의 소리의 매체가 되어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종교가 자비를 전하고 평화를 이루는 방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가 ‘한의 사제’가 된다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 생명의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구원과 해방의 관념이 현실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는 공간, 자비와 평화가 힘으로서 작동되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종교의 참된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논평을 한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편 가르기, 증오의 정치학 프레임이 종교 안에도 들어와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종교적 담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고통받는 자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들과 함께 곁에 있어주는 것이 그 담론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화미 ⓒ 뉴스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