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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목사 가정칼럼
몇 년 전 일이다. 주일아침 교회에 갈 준비를 한참하고 있었다. 거실에서 딸이 자는 방을 향해 아내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빨리 일어나지 못해! 지금 몇신데...”

이 소리가 내 귀에 매우 거슬렸다. 순간 나는 문을 열고 그 소리에 반응했다. “좀 살살 말하면 안돼?” 이 소리에 아내가 더 격정을 내면서 소리친다. “매주일 저 모양으로 늦게 일어나는 애를 왜 자꾸 두둔하냐고요. 당신 때문에 애가 저 모양 아니에요.” 나 때문이란다. 그래서 나도 대응했다. “뭐야 주일 아침부터 싸우자는 거야”아내의 설거지 하는 소리가 요란해지면서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난다. 아내의 등 뒤에다 대고 소리를 쳤다.“ 도대체 왜 성질을 내는 거야 주일 아침에”두 사람의 높은 언성에 딸이 울면서 깨고, 건너방에 있던 아들이 나와 나에게 소리친다.

“아빠 목사 맞어! 왜 엄마에게 소리치는 거야.” 두 사람의 싸움에 아들까지 가세하면서 주일 아침 우리 가정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가장 행복해야할 거룩한 주일! 설교를 해야 할 내 마음에 무거운 돌멩이가 억누르는 듯한 심정으로 강단에 서니 하나도 은혜가 안 되고 좌절과 절망, 아니 비참한 존재의식을 느꼈다. 가장 행복해야할 가정이 가장 불행한 터전이 되고 만 것이다.
 
가정이란 무엇인가? 행복을 만들어 내는 양성소이기도 하고 불행을 만들어 내는 양성소이기도 하다. 어떤 가정에서 행복을 만들어 내고, 어떤 가정에서 불행을 만들어 낼까? 가정은 우리의 삶에 터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는 요람이기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싹트이게 하는 곳도 가정이다. 가정은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되는지?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이고, 삶의 목표가 무엇이지, 또한 참된 가치관은 무엇이지를 가르치는 하나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이요 학교이다.

이런 최고의 선물을 가장 잘 발전시킨 민족이 유대인들이다. 100 여년전 이곳 뉴욕에는 흑인 할렘가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 옆에 유대인 슬렘가가 형성되고 있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처참하리만큼 비참했다. 보통 한 가정에 4-5명의 애들이 있었고 3베드룸에 3가정이 살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흑인보다 못한 삶이 유대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유대인들이 불과 1세기가 지나가기 전에 미국에 경제계, 법조계, 교육계, 의료계를 휘어잡게 되었고 전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이 되었다. 흑인들과 유대인들의 출발점은 비슷했다. 하지만 뉴욕에 할렘가는 지금도 남아있지만 유대인 슬렘가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유대인들의 독특한 가족중심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토라 즉 모세오경을 중심으로 가정을 중심 삼았고 철저하게 말씀을 가르치는 교육열이 오늘날 유대인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한국도 이런 점이 매우 흡사하다. 자녀들에게 가르치려는 교육열, 가족중심제도, 거기에 효도 사상까지 가정에 중심체제가 아주 잘 형성되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왜 한국은 유대인들에 뒷걸음도 못 쫒아가는 민족으로 전락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가치관의 변화에 있다고 본다. 유대인들은 하나님말씀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변함없이 가정을 지켜온 반면 한국은 유교 사상의 가치관에서 현대문화의 가치관으로 변했다는데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즉 한국은 과거지향주의사상이 매우 강했다. 옛 것을 귀하게 여기고, 나이든 웃어른들의 말에 순종하고, 상하관계에 익숙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미래지향주의(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어린애들을 귀하게 여기고, 남녀 및 아랫사람 윗사람과의 평등 등 미래적 사고)로 바뀌는 시대적 상황이 우리 고유의 가족중심체계를 흔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물질만능시대에 도래하면서 우리 가정은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가정에 부모나 장남의 권위가 사라졌다. 돈만 있으면 차남이라도, 아니 시집간 딸이라도 큰소리칠 수 있고 가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이민 초기나 지금도 어린애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가 애를 돌보는 가정을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애를 봐야하고 아니면 베이비시터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애들과 부모와의 사랑의 정은 마음뿐이지 현실은 이미 부모와 자녀 간에 사랑도 금이 간 것으로 본다. 그 이유가 다 물질 때문이다. 애들과 어머니의 사랑의 교류, 어머니로부터 교감되는 사랑보다 물질을 더 우선시하는 시대다 보니 그 결과가 가정을 붕괴시키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모들은 자기 위치를 찾아야 한다. 무엇으로 가정중심체제를 회복시킬 것인가? 가정예배이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예배의 신성함을 심어주는 가정예배 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가정예배를 통해 부모가 자녀들에게 부모에 어려운 점을 기도하면서 말해 주어야 하고 자녀들은 부모에게 자녀로서의 고충을 말해야 한다. 그 소통의 기구는 오직 가정예배뿐이다. 가정예배가 이루어지면 그 가정에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가족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예배라는 가치관이 심어지면서 하나의 공동체 의식이 심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가정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의식이 우선 되어야 하며 그 가정예배의 가치관을 신앙의 근원으로 삼을 때 가정은 회복되고 미래는 자녀들에 의해 위대한 창조의 유산으로 남게 되리라 본다.

200여년 전 미국에 백인들은 흑인노예들에게 가족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가족분리정책을 펼쳐왔다. 흑인노예들이 애를 낳으면 마치 개를 팔아버리듯이 애들을 팔아 가족들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성인이 된 흑인들은 부모의 사랑에 정도, 가족 공동체의 가치관도 없이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만들어 놓게 되었고 오늘날 흑인사회의 빈민층, 갱, 마약사범, 절도 강도, 강간 등 미국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이유는 바로 백인들이 뿌려논 씨앗을 오늘 거두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애로 태어나는 것은 이미 가정을 불행의 양성소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사랑받지 못하는 부부로 형성되면 그 가정은 불행의 양성소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가정이 행복을 창조하는 양성소가 되길 원하실 것이다. 불행의 양성소냐, 행복의 양성소냐는 예배로 치유해야겠다는 내 의지일 뿐이다.

<한준희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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