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목사의 성경바로읽기 17
열왕기하 2:9의 갑절의 영감(역사)
“건너매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이르되 나를 네게서 데려감을 당하기 전에 내가 네게 어떻게 할지를 구하라 엘리사가 이르되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게 하소서 하는지라”
왜 성경을 가르치는 자가 필요한가? 왜 설교자가 필요한가? 왜 신학교에 가서 성경을 배운 자들로 성경을 가르치도록 하는가? 이는 성경 말씀이 말씀답게 바로 전달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경이 기록되었던 당시에는 듣는 자가 있는 그대로 읽어만 주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고 상황도 달라졌다. 더군다나 언어도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른 자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해졌다. 거기에다가 성경을 원래 기록한 언어(히브리어. 헬라어)를 번역해 놓은 것을 읽다 보니 때론 성경 말씀이 원래 의도한대로가 아닌 한글 번역을 따라서 이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성구 중 하나가 열왕기하 2:9이다.
엘리야의 계승자가 되기를 열망했던 엘리사
선지사의 시대를 연 엘리야가 있었다. 북 이스라엘의 왕으로 성경에서 가장 악독한 왕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는 왕 아합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엘리야는 그의 계승자로 엘리사가 지목되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엘리사가 엘리야의 계승자가 되기를 열망하였고 그렇게 되었다. 당시 엘리야의 제자라 할 수 있는 자들 곧 엘리야를 따르던 자들이 엘리사 외에도 50여명이나 있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하늘로 올리고자 하였다. 이에 엘리사는 엘리야의 계승자가 되기 위해 엘리야가 가는 곳마다 따라 다녔다. 엘리야는 따라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엘리사는 엘리야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 있기를 원했다. 물론 엘리사는 엘리야가 떠날 것을 알았다. 그러하기에 더욱 엘리야가 떠나가기 까지 엘리야와 함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길갈에서 벧엘과 여리고로 그리고 요단강에 이르자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묻는다. “내가 네게 어떻게 할지를 구하라” 이때 엘리사는“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소서”라고 간절하게 요구한다. 엘리사는 간절하게 열망을 가지고 엘리야의 후계자 또는 계승자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음을 본다.
갑절이란 의미는 장자가 요구하는 두 배의 몫을 의미한다
엘리사의 요구를 개역개정 번역 그대로만 보면 스승인 엘리야에게 역사한 성령의 역사가 자신에게는 갑절 곧 두 배나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해된다. 그래서 이 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개역한글에서는 “당신의 영감이 갑절이나 내게 있기를 구하나이다”로 번역되었는데, 개역개정은 ‘영감’이라는 단어를 ‘성령이 하시는 역사’라고 해석적 번역을 하였다. 그래서 이를 읽는 자가 더욱 잘못 오해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설명이 더 요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때론 다른 번역서들을 비교해서 읽으면 성경을 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 공동번역은 “스승님, 남기실 영검에서 두 몫을 물려주십시오." 라고 번역했다. 개역개정(또는 개역한글)과 공동번역을 비교하면 두 군데에서 차이가 난다. 첫째는 ‘성령의 역사가(또는 영감이)’에서의 주격조사(...가 또는 ...이)가 공동번역에서는 ‘...에게(...로부터)’로 다르게 나타난다. 두 번째는 ‘갑절’이 ‘두 몫’으로 다르게 번역되었다. 영어성경들은 거의 모두 ‘a double portion of your spirit(당신 영의 두 몫)’으로 번역되었다. 히브리어 성경에도 ‘당신 영의 두 몫’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당신 영의 두 몫’이란 어떤 의미인가. 신명기 21:17에서 같은 구절이 나온다.
“반드시 그 미움을 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인정하여 자기의 소유에서 그에게는 두 몫을 줄 것이니 그는 자기의 기력의 시작이라 장자의 권리가 그에게 있음이니라”
여기에서 ‘자기의 소유에서... 두 몫’은 ‘자기 소유의 두 몫’이다. 결국 아버지가 가진 재산에서 두 배의 몫을 장자에게 주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법은 아버지를 계승하게 되는 장자가 부모 재산 중에서 다른 자녀보다 두 배의 몫을 받도록 되어 있다. 야곱은 열두 아들을 두었는데 야곱의 가족을 흉년 가운데서 구원했다는 공로로 요셉이 장자의 몫을 받아 요셉의 두 아들(므낫세와 에브라임)이 이스라엘의 각 지파를 형성하게 됨으로 요셉은 한 지파가 아닌 두 지파를 부여 받는다.(이스라엘의 지파수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총13지파임을 알게 된다. 요셉이 두 지파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셉의 장자인 므낫세는 땅을 분배받을 때 다른 지파보다 두 몫의 땅을 분배받아 요단동쪽과 요단서쪽 땅 가운데서 모두 분배받는다. 그래서 므낫세 반지파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제 정리하자. 엘리사가 스승인 엘리야에게 요구한 것은 엘리야보다 두 배나 뛰어난 능력이나 영감 또는 성령의 역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엘리야의 제자들 중에서 자신이 엘리야의 장자가 되겠다는 요구였다. 곧 스승 엘리야의 계승자가 되겠다는 열망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이에 엘리야는 이를 허락한다.
장자의 중요성은 하나님이 장자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장자의 의미는 단순히 아버지의 계승자가 된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이 장자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장자와 함께 하시고 그의 배경이 되시고 그의 힘이 되어주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아버지의 재산을 다른 형제보다 더 상속받는다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장자에게 함께하시며 그와 언약을 맺고 하나님은 그 장자를 통하여 하나님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갈 것이기에 장자는 하나님의 복을 받는 자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장자(첫 아들)로 칭해졌다.
야곱은 이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 자였다. 그런데 자신은 장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형 에서가 사냥을 갔다가 배가 고파 죽을 야곱에게 요구했을 때 장자의 명문을 팔라고 요구하여 야곱은 장자의 명분을 에서에게서 가져오게 된다. 에서는 장자권이 가지는 의미를 가벼이 여겼다. 그러나 야곱은 이를 중히 여겼다. 하나님의 야곱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야곱을 사랑하고 에서를 미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하나님은 야곱의 도덕적 결함조차도 마침내 하나님의 사람답게 변화시켜 나갔다.) 아버지 이삭의 재물은 에서가 가져갔지만 하나님은 야곱의 하나님이 되었다. 형 에서의 칼날을 피해 가진 것 없이 도망갔던 야곱은 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아브라함 이삭의 계승자로서 실제적인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었다. 이것이 장자의 특권이었다.
엘리사는 이러한 장자권의 중요성을 알았다. 엘리야의 하나님이 자신 엘리사의 하나님이 되시기를 원했다. 하나님이 엘리야와 함께 하시자 어떠한 역사가 일어났는지를 엘리사는 들었고 보았다. 하나님의 종 엘리야가 떠날려고 할 때 엘리야를 통해 하고자 했던 하나님의 일이 자신을 통해 이어지기를 엘리사는 간절히 소원했다. 이것이 바로 엘리사가 엘리야에게 장자의 몫을 열망한 이유이다.
예승장로교회 김성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