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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봉 목사] 누가 독립투사를 분신으로 내몰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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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3  14: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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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정 봉 목사

지난 12일 일본대사관 앞 정대협 집회현장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한 최현열(80)씨. 얼마나 원통하고 답답했으면 고령의 나이임에도 분신을 선택했을까. 자신의 몸이 절반 이상 화상을 입으면서까지 외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단지 관심을 받기 위한 위험한 행위였을까. 아니다. 그것은 목숨을 바쳐 이 나라의 독립을 외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친일파가 득세하는 이 세상을 향해 힘겹게 내뱉은 절규다.

더욱이 분신 현장에서 발견된 최씨의 가방에 든 신분증과 유서, 각 언론사에 보내는 편지(성명서) 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최씨의 분신 이유는 성명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씨는 최근 논란이 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의 일본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 참을 수 없었던 심정,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정부에 대한 반감 등으로 분신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최씨가 쓴 3장의 유서에서는 “내 목숨보다 조국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니, 그동안 길러온 내공으로 과거사를 뉘우치면서 조국을 위해 불타는 마음 대한민국 재단에 바치고, 후회 없는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결심했으니, 내 뜻을 이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다오”라고 적혀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분신을 해서라도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씨의 부친도 항일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최병수씨로, 지난 1932년 6월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사건’에 참여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독립유공자 추서는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 목숨을 담보로 독립만세 운동에 뛰어들었음에도 이 나라는 그들에게 변변한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감사의 표현마저 하지 않았다.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 없는 그저 무명의 독립운동가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생존하고 있는 독립운동가와 그의 후손들이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모 언론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존하고 있는 독립운동가와 그의 후손 1115명의 생활실태를 살펴보면 이들 중 75.2%가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00만 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43.0%, 50만 원 이상 100만원 미만이 20.9%, 50만원 미만도 10.3%나 된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에 반해 친일파의 후손들은 상대적으로 부의 편중 선상에 있다. 또 다른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친일후손 1177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관이다. 친일파 후손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학력자들이 많았다. 부의 대물림도 여전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1177명 중 3분의 1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고, 27%는 명문대를 졸업한 뒤 해외 유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친일파 후손들 가운데는 346명이 국적을 포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중 기업인은 전체의 32%인 376명을 차지했고, 대학교수가 191명, 의사가 147명, 정치인과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등 소위 파워엘리트 그룹도 163명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우린 최씨가 고령의 나이임에도 분신을 선택한 이유를 그의 유서나 성명서가 아닌 이 나라의 사회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가 득세하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가냘프고 힘없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분신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리에서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갖가지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작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와 그의 후손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누구를 위한 광복 70년 행사란 말인가. 일제 자동차를 버젓이 타고 다니는 친일부자들을 위한 행사인가? 일본산 제품을 향한 무한애정을 쏟는 현대판 친일파들을 위한 행사인가? 어찌 보면 최씨가 현대판 일제 식민지에 빠진 대한민국을 해방시킬 진정한 독립투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장 개혁총연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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