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협 로비, 국민 반짝 관심 극복해야만!

by wgma posted Sep 11, 2015 Views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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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협 로비, 국민 반짝 관심 극복해야만!
                미 언론, 버지니아 생방송 중 피격사건계기로 본격화된 총기규제법안 전망 제시

 

 

[미국에서 총기규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 언론들은 백인우월주의자인 범인의 행적을 조명하는 동시에 약물중독자였던 그가 총을 손에 쉽게 넣을 수 있었다며 총기규제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여기에 버지니아주에서 생방송 중이던 방송기자 2명이 피격당해 사망하자, 미국내 총기규제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총기 개인소지 합법화는 잦은 총기난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따라서 미 언론은 일제히 이번 생방송 피격 사건이 과연 미국 사회 ‘뜨거운 감자’인 총기 규제 찬반 논란을 어떻게 진행시킬 수 있을 지, 초유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소유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미국 가정 3분의1이 총을 갖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총기소유 가정은 전체의 31%였다. 인종 별로 백인(41%) 히스패닉(20%) 흑인(19%) 순으로 많았다. 시골(51%)이 도시(25%)의 2배였으며 총기소유자의 연령은 50세 이상이 대부분(80%)을 차지했다. 총기소유자 거주 지역은 남부(38%)가 가장 많아 종합하면 미국에서도 ‘남부 시골에 거주하는 백인 노인’들이 총기를 소유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선 198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30년 동안 최소 4명 이상 사망한 공공장소 총기난사 사건이 78건 있었고, 이 사건으로 547명이 사망했다. 이중에서도 ‘액티브 슈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사법당국은 주로 개인 단독 범행으로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화기를 이용해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죽이거나 죽이려고 시도하는 살인사건 유형을 액티브 슈터로 정의하고 있다. 뉴욕경찰국(NYPD)의 통계에 따르면 범인은 경찰에 의해 사살(47%)되거나 자살(40%)하는 게 대부분이다. 미국 콜럼바인고교, 버지니아 공대, 샌디훅초교에서 발생했던 총기난사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액티브 슈터 관련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총기난사 사건은 2000-2006년 연평균 6.4회 발생했지만 2007-2013년에는 연평균 16.4회 일어났다.

총기규제 강화의 필요성은 분명히 커지고 있지만 막상 오랜 전통으로 굳어진 총기소유권을 제한하려면 여러모로 정치적 희생이 뒤따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법 개혁의 모범 사례로 꼽는 호주도 엄청난 저항에 맞닥뜨려야 했다. 호주 총기법 개혁의 발단이 된 사건은 호주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참사인 포트 아서 사건이다. 정신분열증을 앓던 마틴 브라이언트란 청년은 1996년 유명 휴양지인 포트 아서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관광객 등 35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 당시 보수연립 정부를 이끌던 존 하워드 총리는 사건 발생 12일 만에 총기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발이 가능한 총기류는 금지되고 나머지 총기류는 전국적인 단일 기준에 따라 등록됐다. 총기소유 면허는 엄격해졌고,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전국에서 약 60만정에 달하는 총기를 다시 사들여 이를 모두 폐기처분 했다. 불법 무기류에 대한 자진신고와 사면조치도 더해졌다. 총기소유 옹호론자들의 저항은 상상 이상이었다. 멜버른에 있었던 총기소유제한 반대 집회에는 7만명이 모여 베트남전 반전시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게다가 보수당의 표밭인 농촌지역에서 저항이 강력했다.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밀어붙인 총리의 결단과 정치력이 없었다면 개혁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미국은 총기난사의 비극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총기규제론은 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갤럽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기규제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1990년 이후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47%만이 총기판매 제한을 포함하는 총기규제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년도(49%)와 비슷한 수준으로, 샌디훅초교 총기난사 사건 직후인 2012년(58%) 급상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5년 동안 이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응답자의 38%는 규제를 지금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14%는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지난달 27일 총기난사 사건 발생 장소에서 총기소유를 옹호하는 공화당 득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하지만 코네티컷 주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톰 폴리의 득표율이 2012년 발생한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초교 총기난사 사건 이전인 2010년 주지사 선거보다 169개 타운에 걸쳐 평균 0.16%포인트 떨어져 큰 차이가 없었다. 단지 샌디훅초교가 위치한 뉴타운에선 7.65%포인트로 눈에 띄게 떨어졌을 뿐이다. 2010년과 2014년 주지사 선거에선 모두 같은 후보가 경쟁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과 악연이 깊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내 군 기지, 영화관, 초등학교, 교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6년 동안 2009년 11월 포트 후드부터 최근 찰스턴 흑인교회까지 공식 석상에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열 두 차례 이상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두 번째 임기 시작과 동시에 첫 쓰라린 정치적 패배를 맛보게 한 것도 총기규제법이다. 2년 전 민주당 소속 조 맨신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팻 투미 상원의원이 총기거래자에 대한 예외 없는 신원, 전과조회를 골자로 한 초당적 포괄 법안을 내놓았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패배이자 미국총기협회(NRA)의 승리로 평가했다.

미국 총기규제법 강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NRA다. NRA는 미국의 어떤 이익단체보다도 막강한 조직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2001년 5월에는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익단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NRA는 지난해 로비에만 300만 달러를 쓰고 2,800만 달러를 대외지출에 쏟아 붓는 미국 최고의 정치자금원이다. NRA는 총기규제법 강화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총기소유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무기 소장과 휴대의 권리를 규정한 미국 수정 헌법 제2조를 총기소유의 정당성과 연결시킨다. 이를 두고 총기소유 반대론자들은 개인이 아니라 무장이 필요한 군대에만 해당하는 권리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앞선 판결들에서 법원은 총기소유 옹호론자의 손을 들어줘왔다.

정당방위를 위해서 총기소유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이 샌디훅초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총을 든 나쁜 사람을 막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총을 든 좋은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총기소유 반대론자들은 통계를 들어 이를 반박한다. 미국 폭력방지정책센터(VPC)가 FBI와 법무부 통계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민간인들이 총기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8,342건이었지만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기 살인을 한 경우는 258건에 그쳤다. 급박한 상황에서 정당방위로 인한 살인이 1건 발생할 때 총기를 이용한 살인은 32건이나 발생하는 것이다. 또 총기로 인한 자살과 우발적 총격사건이 매년 2만2,000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RA의 주장과는 다르게 총이 안전보다는 피를 부른다고 통계는 말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총기규제법 강화를 추진하려면 NRA와 국민들의 반짝 관심을 극복해야만 한다. 총기규제법 강화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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