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도 소망은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21세기북스)를 읽고
1만 시간의 법칙, 티핑 포인트, 그리고 첫 2초의 판단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이번에 읽은 <다윗과 골리앗>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옛날 약자처럼 보였던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은 있다고 주장한다. 교회에서 다윗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의 신앙적인 면이 부각된다. 즉 그는 하나님을 철저하게 신뢰하며 담대하게 골리앗과 싸웠을 때 승리하게 되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철저하게 인간적인 측면을 분석한다. 어떻게 다윗은 골리앗을 이겼을까? 그것은 골리앗에게도 약점이 있었고 다윗은 자신이 유리한 방식으로 싸움을 해서 결국 그를 쓰러뜨렸다고 본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강자들에게도 약점은 분명히 있는 것이고 약자들이라고해서 마냥 약한 것이 아니라 보기보다 강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에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 다양한 실례들이 나온다. 비벡 라나디베가 이끄는 약체 농구팀은 일반적인 농구전술을 과감히 버리고 압박전술을 사용해서 전국 선수권대회 결승전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다. 난독증은 분명 단점이지만 놀랍게도 성공한 기업가 중에는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과밀학급에서도 배울 게 있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들은 황실 미술부가 주관하는 살롱에 작품하고 거기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대신, 독자적인 행사를 통해서 자신들만의 화풍을 만들어 나갔고 결국 오늘날 인정받는 미술가들이 되었다. 뛰어난 학생이 하바드 대학에 들어가서 그 속에서 경쟁에서 밀리며 좌절감을 맛보는 것보다 오히려 조금 수준이 낮은 학교에 들어가서 거기서 인정받으면서 공부하게 될 때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재능을 가진 아이나 신동들은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정환경 속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천재는 그보다 나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175쪽). 이러한 선언은 정말 우리 사회에 복음처럼 들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부잣집의 아이들이 출발하는 출발선과 가난한 집 아이들이 출발하는 출발선이 다르게 되어 있어서 공평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결국 부와 가난이 영원히 세습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의 고민거리인데, 이 책은 담대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말콤 글래드웰이 말이 맞을까? 그가 제시하는 예들은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린 사람이 있음을 선전하면서 당신도 열심히 카지노에서 돈을 걸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다는 그럴듯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는 강자가 승리하고 약자가 패배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적어도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에 우리가 귀를 기울 필요가 있다. 패배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긍정적인 결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앙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하고 계시며 우리들에게 적절한 달란트들을 주셨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활용하여 나간다면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는 선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말콤 글래드웰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강자가 정해놓은 방법과 룰에 따라서 싸울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방법과 룰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자가 정해놓은 방법과 룰이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들은 오로지 강자에게 적절한 것일 뿐이다. 다윗이 사울이 주는 거추장스런 갑옷과 칼을 가지고 골리앗과 더불어 칼싸움을 했다고 한다면 다윗은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윗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사용했다. 멀리서 물맷돌을 던져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이다. 아쉽게도 수많은 사람들은 강자의 법칙에 최고인 줄 알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갑옷과 칼을 집어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강자의 법칙과 룰을 과감하게 무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님은 우리를 독특하게 창조하셨다. 우리는 똑같이 찍어낸 상품(merchandise)이 아니라 아주 독특하게 빚어낸 하나님의 걸작품(masterpiece)이다. 상품은 수 없이 많이 있지만, 걸작품은 오로지 이 세상에 하나뿐이다. 내가 왜 다른 사람처럼 똑같이 할 수 없는가 하고 열등감에 빠질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다른 사람과 달리 창조하셨고,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과 결코 같을 수 없으며, 나에게 맞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