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감정을 읽어 주는 대화 방법(상)
"대화는 대놓고 화내는 것"
한국 사람들의 대화는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대화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할 만큼 대화하는 방법과 자세가 서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부모나 어른들의 대화에서 ‘대놓고 화내는 것’을 듣고, 보고 자랐기 때문에도 그렇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 적도 없기 때문이다. 부부 문제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부부가 ‘우리는 서로 대화가 안 된다’든가 ‘대화하면 싸움으로 끝난다’든가 “대화를 포기하고 산다’고 하는 부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왜 이런 가정이 많을까?
그것은 어른 중심의 문화, 권위자 중심의 문화, 남자 중심의 문화, 권력(힘) 중심의 문화, 즉 역기능적 문화가 아직도 한국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 결과로 조금만 힘이 있는 위치가 되면 대화도 일방적이고, 지시적이고, 강압적이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힘없는 자에게 함부로 대하고, 화를 내고, 상처를 주는 대화 방식의 악순환이 아직도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화를 내고 상처를 주는 대화방식을 버리고 상대방을 진정으로 존중해 주는 대화방식을 배우지 않으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만연되어 있는 귀머거리 대화’
또 하나의 대화방식의 문제는 ‘귀머거리 대화’이다(남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자기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대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의 주장이나 형편을 남에게 이야기할 때는 열심이지만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는 너무 소극적이거나 불성실할 때가 많다. 이야기를 듣는 중에도 진정으로 남의 입장을 고려하거나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입장을 변호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다음 말의 준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소위 ‘귀머거리 대화’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기 입장만을 강요하는 대화라 말할 수 있다.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있어서 다른 어떤 민족보다 가장 열심이면서도 자녀들에게 가장 상처를 많이 주는 이유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부모의 생각이나 입장만을 자녀들에게 강요하는 ‘귀머거리 대화’를 주로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부간의 갈등도 남편 중심이거나 아내 중심의 일방적인 대화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고, 또한 교회와 단체 안에서의 갈등들도 상담을 해보면 귄위자들의 자기 주장이나 자기 뜻만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대화 방식이 주된 원인인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이 첨단인 21세기를 살고 있으면서 대화방식은 수백 년 전(?)의 역기능적 태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건강한 대화방식을 배우고 연습하는 길만이 살 길이다.
‘해결 방식 제시 및 충고식 대화’
자녀들이 종종 힘든 문제를 부모에게 말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마음을 읽어주거나 위로하기보다는 비난과 판단과 정죄를 하거나, 원치 않는(?) 충고나 해결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에서는 위의 모든 것들이 문제나 마음의 고통과 감정적 상처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모로부터 더 상처를 받게 된다. 그래서 자녀들은 부모와 대화를 포기하게 되고 자기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부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나 남편이 문제와 힘든 일들을 이야기하면 배우자는 이해와 위로와 안심을 주기는커녕 비난과 추궁을 하거나 충고나 해결방식을 제시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위로받기보다는 오히려 상처가 더 깊어지고, 마음이 닫히게 되고, 대화는 단절되고, 관계는 냉랭하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위와 같이 ‘대놓고 화내는 대화’나 ‘귀머거리 대화’나 ‘해결방식 제시 및 충고식 대화’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하고, 용납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거절감을 느끼게 되고, 외롭고,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동일한 상황에서 대화하는 방식을 조금만 바꾸어도 얼마든지 우리는 따뜻하고, 친밀하고, 위로가 넘치는, 행복한 관계를 세워갈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읽어주는 대화’를 할 수 있는가?
‘관심 기울이기와 경청하기’
첫 번째 단계는 ‘관심 기울이기와 경청하기’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경청)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로 불편한 관계나 갈등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진정으로 ‘마음과 감정을 읽어 주는 대화’를 위해서, 진정으로 상대방과 평화롭고 행복한 관계를 맺고,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서는 ‘관심과 경청’이 필수적이다. ‘관심과 경청’은 그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화를 할 때는 모든 다른 일을 중지하고 가까이 앉아서 눈을 마주보고,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 중간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랬구나,’ ‘그랬군요’ 등의 반응을 하면서 듣는 것이 ‘관심과 경청’의 주요한 요소들이다.
이것은 상대방을 존중해 주고, 수용해 주고, 이해해 주려고 하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자의 기본자세이다. 모든 부모는 자녀들의 상담자가 되고 인생의 코치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관심과 경청’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하게 되면 자녀들은 기꺼이 부모를 상담자나 인생의 코치로 모실 뿐 아니라 소속감, 수용감, 안정감, 친밀감, 가치감을 느끼게 되고 무슨 이야기든지 부모와 나누고 싶어할 것이다. 부부 관계나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관심 가지고 들어 주는 것’ 이것 한 가지만 잘해도 우리는 자녀들에게, 배우자에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친구, 위로자, 상담자가 되어줄 수 있다. 야고보서 1장 19절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는 말씀이 이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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