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신드롬,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
"인공지능 충격"속 신학, 철학, 공학자가 신앙인에게 주는 성찰의 메시지
‘인공지능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 기술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닿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존재라 고백하는 기독인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인공지능의 개발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미래가 암울하다”고 느낀 이도 많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유토피아’를 가져올지 ‘디스토피아’를 불러올지 전망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인간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출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보다 ‘성찰의 결핍’이 문제
손 교수는 “사람들이 기술 발전을 마치 일기예보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를 하면 우산을 준비하지, 어떻게 비를 안 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기술 발전에 대해서도 감탄하거나 두려워할 뿐, 그 기술을 다르게 쓸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에 정치와 자본 논리가 개입하면서 인간 소외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신익상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종교철학) 연구교수는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면서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생활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물질문명이 정신문명을 압도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신앙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미래 먹거리’라는 등 경제논리에 따른 프로파간다가 넘쳐나면서 너도나도 빅데이터를 이용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런 가운데 ‘성찰적인 과학기술’을 말할 수 있는 곳은 결국 기독교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신학적·신앙적 성숙의 계기로
전 교수도 “21세기 첨단과학문명을 대면하는 그리스도인의 여러 물음에 대한 성실한 응답과 성찰이 신학자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류와 인공지능 간의 대국의 의미를 헤아리며 단지 기독교 신앙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 과학문명과 윤리, 과학과 종교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인간이 어떻게 우리의 존재가치를 강화할 수 있을지 성찰해야 한다”며 “신의 형상을 닮았다는 우리가 말하는 사랑, 공생, 긍휼이란 가치가 결국 우리가 인공지능보다 우월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