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목사] 이스라엘의 쉐마 신앙교육(2)
쉐마 본문 내용의 구조적 이해
운율형식으로 볼 때, ‘쉐마’ 본문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본문의 전체 운율 단락은 모두 28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4절~6절까지 14개 단락(4+5+5), 7절~9절까지 14개 단락(5+4+5)으로 균형을 이룬다. 특별히 ‘쉐마’ 본문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6절과 7절에는 ‘말씀’(‘다바르’)과 ‘강론하라’(‘디베르’)라는 같은 어원 ‘다바르’에서 파생된 두 단어가 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쉐마’ 본문의 구조적 특징 중 하나는 4절을 제외한 모든 절의 마지막 단어가 2인칭 남성 단수형의 소유격 어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어미로 모든 절의 마지막 단어를 끝맺고 있는 것은 암기하기에 편리한 구조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대부분의 교육은 입으로 전달하는 구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히브리어 문장은 일반적으로 암기하기에 편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2인칭 소유격 어미의 사용은 암기하기에 편리하다는 실제적 필요성도 고려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또한 이스라엘 백성 각자가 하나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순종해야할 주체임을 강조하는 뜻도 지니고 있다.
히브리어 절의 마지막 부분에는 가장 큰 강세가 온다는 점에서 ‘쉐마’ 본문에 나오는 각운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 5절에서 각운이 위치하는 단어는 “너의 힘을 다해”이다. 유일신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들은 혼신의 힘을 다 하여 집중력 있는 헌신과 사랑으로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2) 6절에서 각운이 위치하는 단어는 “너는 마음에 새기고”이다. 이것은 하나님 사랑의 표현은 곧 말씀을 실제적으로 실천하는 삶임을 지적한다.
(3) 7절에서 각운이 위치하고 있는 단어는 “일어날 때이든지”이다. 이것은 살아 움직이는 실제 생활 속에서 말씀을 실천하고 가르칠 것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4) 8절과 9절에서 각운이 위치하고 있는 단어는 각각 “네 미간에(=네 눈 사이)”와 “바깥문에”이다. 이것은 말씀을 신체의 부위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눈 사이에, 그리고 사람의 출입이 늘 있는 바깥 문 위에 부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쉐마" 본문인 신명기 6장 4절-9절은 내용상 아래와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로, 신명기 6장 4절은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앙고백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는 유일하신 창조자이시며 그래서 절대자 하나님이 되신다. 유일신이신 하나님은 다른 신 혹은 우상의 숭배를 전혀 허용치 않으신다.
둘째로, 신명기 6장 5절은 유일하신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앞부분에서 천명된 절대 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기는 이스라엘의 마땅한 근본적 자세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기본적 자세로서 하나님께 대한 신앙의 다른 표현이다. 이것은 또한 율법을 준수한다는 실천적 차원 이전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본질적 마음 자세가 필요함을 지적한 내용이다.
셋째로. 신명기 6장 6절-9절은 이스라엘이 하나님 뜻에 합한 모범적인 삶을 살되 그런 신앙과 삶을 후손들에게 전수하여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녀들을 신앙으로 교육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것은 신앙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유기적 상관성을 갖는가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쉐마’의 신앙고백과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신앙고백서인 사도신경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도신경은 무엇을 믿는가의 문제에 신앙고백의 초점이 모아져 있다면, ‘쉐마’는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과 함께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그런 삶과 신앙을 자손들에게 전수함으로서 신앙공동체의 역사적 지속성과 건전함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포함되어 있다.
즉 ‘쉐마’에는 ‘누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신앙을 교육시킬 것인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쉐마’의 구체적인 신앙교육 방법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유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
‘쉐마’에 나타난 신앙교육의 방법론은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책임 맡은 부모들의 신앙자세가 어떠해야함을 강조한다. 곧 부모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는 것은, 말씀을 이지적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삶 속에서 자신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명기는 특별히 부모들이 자녀들을 신앙으로 교육해야하는 의무에 관하여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신 4:9-10; 6:7; 6:20-25; 11:19; 32:17 등).
‘쉐마’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말씀으로 양육할 때, 무엇보다도 열심히 ‘가르치는 일’과 시공간에 구애됨이 없이 항상 말씀을 ‘강론하는 일’에 전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자녀들을 더욱 잘 가르치기 위하여 부모들은 신체의 중요한 부분인 손목과 미간에 말씀의 표를 붙이며, 삶의 공간 중 가장 중요한 지점인 출입구 문설주와 바깥문에 이 말씀을 기록하여 부착시켜야 한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이러한 규정을 단순히 종교적인 상징이나 의식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을 실제로 실천함으로 자녀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고 이끌어가는 신앙의 선도자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가정성소의 작은 제사장들이요 목회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