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다원주의자들 중에 그 누구도 눈을 뜬 사람은 없다!
“각 종교는 존중받아야 하며 종교 간 대화가 필요하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 말은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서로를 알기 위해 학문적으로 탐구하거나 종교인들이 힘을 합쳐 보편적 윤리 실천을 지향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가 다 똑같고, 그 배후에는 동일한 실재가 있으며, 각 종교마다 길은 달라도 결국 같은 곳으로 통한다고 믿는 종교다원주의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각 종교가 지향하는 궁극적 실재가 모두 동일한 하나님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어쩌면 제국주의적인 편견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모든 종교의 배후에는 동일한 하나님이 있는 것일까?
종교 다원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예 중의 하나는 코끼리 예화이다. 코끼리를 세 맹인에게 만져보라고 했다. 그 후 각각에게 무엇을 만졌는가를 물었다. 그 세 시각 장애인은 각기 나름대로 대답했다.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김씨는 나무라고 대답했다.
코끼리의 귀를 만진 이씨는 부채라고 답했고, 꼬리를 만진 박씨는 밧줄이라고 대답했다.
종교 다원주의자는 이 비유를 통해서 인간은 코끼리의 각 부분을 만진 시각 장애인들과 같이 궁극적 실재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각 종교는 모두 똑같은 코끼리라는 궁극적 실재를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비유엔 함정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맹인이라면 자신들이 만진 대상이 코끼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눈 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그것이 코끼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종교 다원주의자들 중에 그 누구도 눈을 뜬 사람은 없다. 따라서 무엇을 근거로 모든 종교가 한 하나님께로 향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종교를 연구해 보면 모든 종교가 동일한 하나님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예컨대 기독교의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했고 자연에 질서를 부여한 인격적인 창조주이다. 반면 불교는 창조주를 부인하며 공(空)을 궁극적 실재라고 본다.
공은 사물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불교의 공과 기독교의 하나님은 다르다. 또한 도가에서는 도(道)를 궁극적 실재로 본다.
일본 학자 가노 나오키는 “도는 인격적인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힌다. 성리학에서는 태극(太極)을 궁극적 실재로 본다.
하지만 태극은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동양 사상에서는 자연이 궁극적이기 때문에
초자연적인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없다. 이 점을 고려해 볼 때, 모든 종교는 동일한 실재를 말하고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요14:6)”
이 혼탁한 시대에 소경을 인도하는 예수님의 말씀만을 꼭 붙잡고 살자!
박명룡 목사(큰나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