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 추진 방안
한국교회 주요 7개 교단장이 지난 26일 제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 추진 방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지부진했던 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점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릴 수 있지만 주요 교단장들이 먼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실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교계에선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려 실제 통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첫 관문은 통합 방안 수렴=주요 교단장들이 내놓은 로드맵에 따르면 각 교단은 이달 중으로 통합 헌의안을 제출하고 다음 달 총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통합 추진 방안에 교단장들이 서명을 했다고 해서 이런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통합 추진 방안에 대한 교단 안팎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단’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개입돼 있는 만큼 당위론만 갖고 밀어붙여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통합 추진 방안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이 필수다.
한기총은 주요 교단장의 방안에 긍정적인 만큼 변수는 한교연이다. 한교연은 통합에 앞서 이단부터 배제해야 한다며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독자적인 통합의 원칙 내지 방안을 4일 제시할 방침이다. 한교연의 안과 주요 교단장의 안이 하나로 모아질 수만 있다면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전력으로 볼 때 분열의 당사자인 한기총과 한교연이 자체역량만으로 통합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또 다시 정통성을 주장하며 자존심을 앞세우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 각 교단과 교계단체, 교계 지도자들도 찬반 의견을 적극 피력함으로써 여러 방안이 하나로 수렴될 수 있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교단 정기총회가 분기점=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추진 방안이 어느 정도 수렴된다면 다음 관건은 각 교단 총회다. 통합 추진 헌의안이 총회에서 통과돼야 통합에 힘이 실린다.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통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대부분 교단에 형성돼 있다. 따라서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상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은 2일 “결국 총회를 통한 교단의 결의가 바탕이 돼야 통합 논의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각 교단 지도자들이 정교하게 총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영적 현실과 통합의 필요성, 통합 로드맵에 대한 설명, 이해를 구하는 부분 등을 총대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그래야 비로소 아름다운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총과 한교연 내부 의결이 결정적 고비=이 같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도 한교연과 한기총 내부 의결과정이 과제로 남아있다. 교단 총회의 결의가 압박이나 부담으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기관에서 근무하는 A목사는 “한기총과 한교연은 논의구조상 임원회, 실행위원회, 총회라는 3단계 회의구조를 거쳐야 한다”면서 “양 기관이 정말 통합하려면 각각 이 과정을 거치고 통합을 결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 기관에 자리를 잡은 인사들이 과연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는 12월이면 차기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텐데 그때까지 통합 분위기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을 역임한 B목사도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하려면 이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이 내부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주요 교단들이 총회 결의를 통해 통합 추진을 주문하는데도 연합기관이 이를 거부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B목사는 “한기총의 경우 이 대표회장이 탈퇴하고 한교연도 발전적으로 해체한 뒤 제3의 기구를 만드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C목사는 “한기총과 한교연이 연합기구로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교단장협의회에 대표성을 부여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장기적으로 두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줄여가면서 제3의 기구를 세워가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교계 지도자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A목사는 “양 기관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전임 대표회장과 박종순 손인웅 김삼환 목사 등 교계의 원로급 인사들이 작심하고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엎드려 기도하며 통합 불씨 살려야=다행히 한교연과 한기총 내부 의결구조까지 거친다면 양 기관은 12월 통합총회를 갖게 된다.
총회는 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단장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24개 주요 교단을 중심으로 열리게 된다. 이들 교단에서 분리돼 나간 교단이나 총회 참석 대상이 아닌 교단들은 새로 가입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다.
이때까지 기관의 명칭, 대표회장 선임방식, 법인이사 및 직원들의 거취 등 세세한 문제들도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소소한 문제로 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이거나 자존심과 정서가 걸린 문제들이다. 통합의 큰 흐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처럼 양대 기관의 통합은 산 너머 산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것은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전국교회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박종화 서울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는 교회는 희망이 없다"며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 불씨를 살려 바르게 연합기관 통합의 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틀에서 먼저 합의하고 점차 군소교단들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보완해 나간다면 진정한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