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목사 논단
세워진 권위 1
[로마서 13:1-2]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
기독교인은 세상 권력에 대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로마서 13:1-7을 답으로 든다. 그러나 이 짤막한 구절 중에서도 어느 구절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내어놓는 해법도 달라진다. 4절을 보면 이런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만일 4절을 따라 통치자가 하나님의 뜻에 다르지 않고 백성들에게 악을 행한다면 그 통치자에 대하여 백성은 궐기하여 일어날 수 있는가? 아니면 문맥과 상관없이 1-2절만을 문자 그대로만 보고 통치자는 하나님이 세웠으니 통치자를 폐하는 것도 하나님이 하실 것이라 믿고 잠잠히 있어야 하는가? 바울은 왜 이 구절을 기록하고 있는가? 정말 로마서 13:1-7은 기독교인으로서 세상의 통치자들에게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구절이긴 한 것인가?
권세인가 권위인가
한글성경 대부분은 ‘권세’로 번역하였으나 ‘권위’로 번역한 곳도 있다. 영어로는 대부분 ‘authority(권위)’로 번역하고 ‘power(권세)’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두 단어를 결합하여 이해한다면 ‘권위를 행사하는 힘 또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어들은 ‘권리(right)’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한복음 1:12에서 사용된 ‘권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권위’의 사전적 의미는 (1)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2)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다. 권위 자체가 ‘힘’이란 의미를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힘인가? 남에게 끼치게 되는 ‘영향력’이다. 그 영향력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그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위치 또는 지위가 가지고 있는 권리’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가지는 자리(위치) 자체가 가지는 권리에서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서의 권위를 가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대통령이 가지는 지위에서 나오는 권리에서 가지고 백성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서의 권위를 가진다.
‘권세’란 권력과 세력이 합쳐진 단어이다. 권위라는 단어가 권리를 가지고 남에게 영향력을 기지는 그 자리 또는 지위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에 의미를 가진다면, 권세는 그 권리를 행사하게 만드는 그 자리에서 나오는 세력 또는 힘 자체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로마서 13장에서는 권위보다는 권세라는 번역이 더 어울려 보인다. 왜냐면 전체적인 문맥을 보면 그 힘이 남을 심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권력의 힘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포괄적인 의미로는 성경은 권위라는 번역에 의미를 부여한다. 부모의 권위, 가장의 권위, 더 나아가서 하나님의 권위 등등. 권세라는 말에는 복종 또는 굴복이라는 단어가 동반되지만, 권위라는 말에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동반한다. 물론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한 당시의 사회는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였기에 존경 또는 공경한다는 단어는 복종한다는 단어와 동일시되었다.
권위의 상실
민주주의 사회는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발전한다. 점차적으로 남으로부터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남에게도 영향력을 주고자 하지 않는다. 권위가 상실되어 가는 시대이다. 권위의 상실이란 영향력이 더 이상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의 권위가 자녀에게, 남편의 권위가 아내에게, 목사의 권위가 교인들에게 더 이상 세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권위의 상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상대가 권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곧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 자체를 싫어할 때 온다. 아내는 더 이상 옛 시대에 가졌던 남편의 권위 자체를 부정한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생각이나 하고자 하는 일에 간섭하는 것 자체를 거절한다. 두 번째는 권위자가 그 위치에서 가져야 할 위엄을 갖추지 못했기에 오는 상실이다. 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바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생이나 목사가 말과 행동이 어긋남으로 오는 권위의 상실도 있다.
그러나 권력과 힘을 가진 자는 권위는 상실되어도 권세는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단지 권위라는 말로 포장한다. 곧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리에의 강조다. 이를 권위주의 또는 권위의식이라고 한다. 권위의식은 계급적 권위를 의미한다. 계급적으로 상대방 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한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힘이다. 그것이 권력의 힘이 되었든지 돈의 힘이 되었든지 그 힘이 자신의 권위를 세워준다고 생각한다. 로마서 13장이 말하고 있는 것은 국가 권력에서 나오는 힘이다. 힘을 가진 권력자 곧 권위자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 힘은 나의 삶에 영향력을 미친다. 존경할 수 없는 권력자의 힘에 굴복할 것인가 대항할 것인가? 권위는 사라지고 권위의식만이 남아있는 자에게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