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호는 14일 한·미 연합 훈련인 ‘독수리훈련’
1분 간격으로 이륙하는 미국 해군 다목적 전투기 FA-18 슈퍼호넷의 굉음은 고막을 찢어낼 듯 거셌다. 전투 중량이 16t에 달하는 FA-18은 불과 100m밖에 되지 않는 활주로를 질주한 뒤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 위로 솟구쳤다. 지상 공군기지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려면 300∼400m를 질주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에는 원자로 증기를 위로 뿜어내 전투기를 띄워주는 ‘캐터펄트(catapult)’ 장치가 있어 짧은 거리에서 이륙이 가능하다. 갑판에는 슈퍼호넷 엔진이 뿜어낸 매캐한 냄새가 퍼져나갔고, 전투기가 이륙한 자리에는 빗줄기 속에서도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슈퍼호넷은 최대 속도 마하 1.7로 합동직격탄(JDAM)을 포함한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칼빈슨호는 14일 한·미 연합 훈련인 ‘독수리훈련’ 상황을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축구장 3배 크기의 갑판에서 적 전자장비들을 무력화하는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도 이륙했다.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도 이륙 준비를 서둘렀다. 칼빈슨호는 웬만한 중소국가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춰 ‘떠다니는 군사기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칼빈슨호 뒤로 미사일 순양함인 레이크 챔플레인함(CG-57), 이지스 구축함 마이클 머피함(DDG-112)과 웨인이마이어함(DDG-108)이 배치됐다. 칼빈슨호 승조원만 5500명, 제1항모강습단 승조원 전체 숫자는 7500명에 달한다.
1980년대 초 취역한 칼빈슨호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동지역에서 진행된 대테러전 ‘항구적 자유’와 ‘이라크 자유’ 작전에 참가했다. 칼빈슨호는 2011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 사살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을 아라비아해에 수장하기도 했다. 칼빈슨호가 한반도 해역에서 훈련에 나선 것은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강력한 경고 의미다. 칼빈슨호는 올해 처음 한반도에 전개된 미국의 전략무기로, 네이비실은 최근 칼빈슨호에서 적 수뇌부를 암살하는 특수작전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번 훈련엔 지휘부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다양한 특수부대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빈슨호는 15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도착했다. 제임스 킬비 제1항모강습단장(해군 준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하게 된 이번 훈련은 세계적 수준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진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도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방어의지를 확고히 했다. 던포드 의장은 “한·미동맹은 강철같이 강하고 연합방위태세는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해병대 사령관과 로렌슨 니콜슨 미 3해병기동단 사령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백령도 해병대 6여단에서 연합작전태세를 점검했다.
미군은 예년과 달리 훈련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군은 유사시 북한 상공에 침투해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의 한반도 배치를 공개했다. 미 육군 66기갑연대 3대대가 경기도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에서 실시한 북한 지하갱도 소탕훈련도 공개했다. 북한에는 6000∼7000개의 지하 군사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설들은 지휘부 도피용으로도 활용된다.
칼빈슨호=국방부공동취재단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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