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목사] 샬롬의 복(2)
“샬롬”의 통전성과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사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시 23:1)
‘샬롬’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시는 은혜의 선물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에게 ‘샬롬’의 복을 약속하셨다(시 85:8). ‘샬롬’의 복은 제사장의 축도(민 6:24-26)에 잘 나타나 있다. 제사장 축도에서 ‘샬롬’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복’과 ‘보호하심’과 ‘은혜 베푸심’과 동일시되어 있다. 곧 ‘샬롬’은 하나님이 주시는 복의 완성이자 결론이다.
시편 23편은 개인이 누리는 '샬롬'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시편이다. 시편 23편에는 ‘샬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 부분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온전함’이라는 ‘샬롬’을 실제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구절이다. ‘부족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동사 ‘하세르’는 수적으로 부족하여 결핍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 동사의 명사형인 ‘헤세르’는 '가난'을 의미한다(욥 30:3; 잠 28:22). 성경에서 부족함이 없는 복은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들(왕상 17:14), 여호와를 찾는 자들(시 34:10), 그리고 여호와를 예배하는 자들(사 51:14)에게 주어진다. 시편 23편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샬롬’의 복은 여호와를 목자로 삼고 있는 양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샬롬’의 복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이다.
시편 23편에서 부족함이 없는 ‘샬롬’의 복은 다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이다.
양들에게 푸른 초장과 마실 물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용할 양식이다. 배고픔과 목마름은 결코 ‘샬롬’이 아니다.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내용 중 하나는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이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매일 아침 일용할 양식인 만나를 내려주시고 바위를 쳐서 마실 물을 공급해 주셨는데, 그것이 곧 ‘샬롬’의 복이다. 양들은 만족하기 전에까지 결코 눕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나를 푸른 초장에 눕게 하신다’는 표현은 양들의 만족한 상태를 보여준다. 우리의 쓸 것을 미리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며 입을까를 염려하는 것은 이방인과 같은 믿음 없는 사람들의 행동이다(마 6:32).
둘째로, 영혼의 온전함이다.
날마다 소생하는 영혼의 건강함과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의의 길로 걸어가는 것이 영혼의 온전함이다. ‘길’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마아갈’은 ‘굴러가다’라는 뜻의 동사 ‘아갈’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둥근 형태의 바퀴와 관련이 있다. ‘마아갈’은 평범한 도로가 아니라 바퀴가 달린 마차와 같이 특별한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전용도로이다.‘의의 길’은 자기 멋대로 다니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정해주시고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공적인 대로이다. 그 길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 준비된 길이다. 우리들이 그 길을 다님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이 높임을 받게 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로, 갖가지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확신이다.
‘사망의 음침한’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찰마베트’는 ‘그늘’을 의미하는 ‘찰’과 ‘죽음’을 의미하는 ‘마베트’의 합성어로서 ‘죽음의 그늘’이라고 직역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죽음’은 ‘그늘’의 정도를 강조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환경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윗이 목동생활을 하였던 유다광야는 곳곳마다 깊은 계곡들이 있어 매우 위험스러운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골짜기에서 양들이 길을 잃게 되면 사나운 사막 짐승들의 먹이가 되기가 십상이고 험한 골짜기를 헤매고 다니다 결국은 지쳐 죽게 된다. 사막의 깊은 골짜기는 실제로 죽음의 골짜기이다.
그런 위험 속에서 양들이 두려움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팡이와 막대기가 되어 보호해 주시기 때문이다. 목자의 막대기는 양들을 보호하는 무기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목자 자신이 지친 몸을 기대어 쉴 수 있는 지팡이 역할도 한다.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있는 목자의 모습은 양들에게 목자가 가까이에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가 되기 때문에 위로와 안도감을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내세에 대한 넘쳐흐르는 소망이다.
시편 23편의 마지막 부분은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나면 하나님 나라로 영접 받게 될 것이며 그곳에서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 것이라는 확신을 노래하고 있다. 시편의 전반부(1-4절)에서 하나님은 광야의 목자가 되시어 양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공급해주시는 분이시다. 그와 대조되는 후반부(5-6절)에서 하나님은 집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여 대접하는 집주인이 되신다.
하나님께서는 집주인으로서 우리들을 귀한 손님으로 영접해 주신다. 목축문화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세 가지 기본 자세는 손님의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것과 포도주 잔을 건네주는 것, 그리고 푸짐한 밥상을 차려 주는 것이다(시 23:5). 손님으로서 극진한 영접과 대접을 받는 것은 집주인이신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때문이며 그러한 환대는 하나님의 집에서 누리는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시편 23편의 마지막 결론은 하나님 집에서 영원히 거할 내세에 대한 확신과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