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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목사] 샬롬의 복(4) “샬롬” 지향 신앙과 시대적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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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야 너는 막대기 하나를 가져다가 그 위에 유다와 그 짝 이스라엘 자손이라 쓰고 

또 다른 막대기 하나를 가지고 그 위에 에브라임의 막대기 

곧 요셉과 그 짝 이스라엘 온 족속이라 쓰고 그 막대기들을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 네 손에서 둘이 하나가 되리라” (겔 37:16-17)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의 육체로 허시고” (엡 2:14)

 

‘샬롬’은 하나님 백성에게 주어지는 실제적인 복이다. 성경은 구원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분을 하나님의 보물 ‘세굴라’라고 하였다(출 19:5; 벧전 2:9).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목적은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스라엘이 제사장 나라로서의 사명을 상실하는 것은 주어진 복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서 ‘샬롬’의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이라는 구별이 생긴다. 개인적 ‘샬롬’이 각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복이라면, 공동체적 ‘샬롬’은 각자가 수행할 사명이다. 전자가 ‘선물로서의 샬롬’이고, 후자는 ‘과제로서의 샬롬’이다. ‘샬롬’은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의 선물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에게 위탁된 사명의 핵심 내용이다.

 

사명으로서의 ‘샬롬’은 산상수훈의 팔복 중 일곱 번째 복에서 찾을 수 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여기에서 “화평케 하는 자“는 헬라어로 ‘에이레노포이오이’인데, ‘화평(’샬롬‘)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주어진 선물로서의 ‘샬롬’을 유지한다는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온전한 ‘샬롬’이 전체 공동체 안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성경 다른 곳에서는 화평케 하는 자를 ‘화평(’샬롬‘)을 찾아 따르는 자’(시 34:14)라고 하였다. 예수님과 동시대의 대표적인 유대교 랍비였던 힐렐도 화평을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이 화평케 하는 자가 되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공동체적 ‘샬롬’의 우선적인 과제는 가난한 사회계층인 고아와 과부와 이방 나그네를 도와줌으로서 전체가 함께 어울리는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체 공동체를 향한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고아와 과부가 강조된 것은 당시 사회에서 그들이 가장 취약한 소외계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면 전체 공동체의 평안은 기대할 수가 없다. 그들에 대한 배려는 극대치이기 보다는 극소치의 보장이므로 전체 공동체를 향한 관심은 더욱 넓혀나가야 한다. 그 범위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넘어 전 세계 모든 민족과 하나님의 창조물인 자연계까지도 포괄되어야 한다.

 

바울은 중간에 막힌 담을 헐어버리고 둘로 나뉜 것을 하나로 만드신 그리스도가 우리의 ‘샬롬’이라고 선언하였다(엡 2:14-18). 여기에서 강조된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대립적 관계만이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도 그런 증오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음의 우선적 과제는 하나님과 화목 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사람 사이의 갈등도 극복되어야만 참된 ‘샬롬’이 세워진다.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은 더 이상 외인이나 나그네가 아니라 한분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동일 시민이며 한 가족이다. ‘샬롬’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한 국가나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샬롬’의 세계주의적 확대를 지속하면서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다. 사도 바울이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10)고 권면한 것이 그 때문이다. 솔로몬 이후 남북으로 나뉜 민족적 분열의 극복이 ‘샬롬’의 중요한 주제가 된 것 역시 그것과 관련이 있다. 흥미롭게도 분단시대 활동하였던 예언자들에게 분단 극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다. 때로 통합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제시되긴 하지만, 대부분 하나님께서 이루실 종말론적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그들이 분단 극복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분단의 원인이 솔로몬의 실책인 제국주의와 강제 노역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것이며 그 배후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 때문이기도 하였다.

 

분단 극복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한 예언자는 바벨론 포로기간 동안 활동하였던 에스겔이다. 그는 바벨론 포로가 끝나면서 분단된 이스라엘이 하나가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듣게 된다(겔 37:15-27).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두 개의 막대기를 가져다가 하나에는 ‘유다와 그 짝 이스라엘 자손’이라고 쓰고, 다른 하나에는 ‘요셉과 그 짝된 이스라엘 온 족속’이라고 쓰게 하셨다. 그리고 두 막대기를 연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러한 상징적 행동은 흩어진 이스라엘을 불러 모아 이스라엘 땅에서 통일된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가게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을 천명한 것이다. 통일을 향한 새로운 비전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샬롬’의 언약을 맺고 하나님께서 몸소 그들 사이에 거룩한 성소를 두고 그들과 더불어 살게 된다는 것에서 잘 드러나 있다(겔 34:25; 37:26).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는 새로운 언약의 전제 조건은 이스라엘이 다시금 하나의 통합된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공동체적 ‘샬롬’과 관련하여 이 시대 우리들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과제는 통일시대에 대한 대비와 북한선교를 향한 공동체적 관심이다.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는 독립과 함께 남분 분단의 슬픈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 후 삼년 넘게 계속된 한국전쟁은 동족상쟁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비극적 상황 속에서 남북 사이의 상호비방과 적대감으로 민족의 분단은 영구화될 조짐을 보이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남북 사이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위기를 겪고 있기도 하지만, 통일은 이제 가정의 단계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구체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그에 비하여 북한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의 복인 ‘샬롬’을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게 할 것이 아니고 통일시대를 향한 사명의 ‘샬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남북통일 시대를 대비하며 북한선교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샬롬’을 지향하시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역사적 과제라는 것과 그 실현 가능성의 시점이 점차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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