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목사] 아버지의 집(베이트 아브)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구약시대의 가정 ‘아버지의 집’ 이해(3)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에게 하듯 하라… 상전들아 너희도 그들에게 이와 같이 하고 위협을 그치라 이는 그들과 너희의 상전이 하늘에 계시고 그들에게는 사람을 외모로 취하는 일이 없는 줄 너희가 앎이라”(엡 6:5, 9)
이스라엘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버지의 집’(베이트 아브)은 생존하고 있는 가장(아브)을 중심으로 3대 혹은 4대의 자손들로 구성된 대가족제도이다. 이는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집 건물을 포함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가정 식구들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집’은 거주와 함께 생산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기능의 기초단위였다.
가장을 중심으로 여러 세대가 모여 대가족을 이룬 ‘아버지의 집’의 구성원은 적어도 5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에 이르기도 하였다. 성경이 인물을 소개하면서 아버지의 이름도 함께 언급하는 경우는, 그 인물이 아직도 ‘아버지의 집’에 소속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좋은 예가 사사로 부름을 받았던 기드온이다. 사사로 부름을 받았을 때, 기드온에게는 장성한 아들이 있었고 종들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아버지 요아스가 함께 소개되고 있다. 그것은 아직까지 기드온이 아버지 밑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버지의 집’ 일원이었기 때문이다(삿 6:11, 27, 30; 8:20).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아버지의 집’을 구성하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었다. 그것을 혈통적 요소와 비혈통적 요소로 나눌 수 있다.
(1) 혈통적으로 ‘아버지의 집’은 남성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장인 아버지에게 속한 아들들과 그에게 속한 가족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아버지의 집’ 구성원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의 결혼제도는 족외혼을 원칙으로 삼았었기 때문에, 딸들은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의 집’을 떠나 그들의 남편이 속한 ‘아버지의 집’에 소속되었다. 그러므로 가장의 아내나 가장의 아들들의 아내들은 모두가 가장의 ‘아버지의 집’에 속하게 되었으며, 결혼하지 않은 가장의 딸들이나 가장의 아들들의 딸들도 결혼 전까지는 자기 아버지의 ‘아버지의 집’에 남아 있을 수가 있었다.
(2) ‘아버지의 집’ 구성의 비혈통적 요소는 위에서 살펴본 혈통적인 요소로 결정되지 않은 다른 구성원들을 의미한다. 곧 ‘아버지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남녀 종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임시적으로 동거하고 있는 외국인 거류민 및 노동자들도 ‘아버지의 집’에 소속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버지의 집’이 단순한 혈통이나 친족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는 거주와 경제의 기초단위였음을 보여 준다.
출애굽기 22장에서 시작되는 언약법이 가장 먼저 다루는 내용이 종에 관한 것이다(출 22:2-11). 그만큼 종과 관련된 문제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강조이다. 종의 문제를 우선시해야 할 이유는, 그들이 당시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관점과 함께 그들이 ‘아버지의 집’의 비혈통적 구성원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출신 성분이 외부인이라도 가족원으로 받아들인 다음부터는 한 가족으로 대해야 했다.
신약에서도 종은 가정 내의 문제로 중요하게 다뤘다. 가정 구성원 관계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신약성경은 에베소서와 골로새서이다(엡 5:22-6:9; 골 3:18-4:1). 이 두 성경은 모두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상전과 종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상전과 종의 문제가 가정사에 포함된 것은 종들이 ‘아버지의 집’에서 비혈통적 요소를 대표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곧 상전과 종의 관계는 가정의 외적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내적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가정은 전체 사회의 건강지수를 결정하는 기본 바탕이며 중요한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