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목사]
신앙교육의 산실인 "베이트 아브"
구약시대의 가정 “아버지의 집” 이해(7)
“이 후에 너희의 자녀가 묻기를 이 예식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너희는 이르기를
이는 여호와의 유월절 제사라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실 때에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을 넘으사 우리의 집을 구원하셨느니라 하라”(출 12:26-27)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고백서인 ‘쉐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베이트 아브’는 이스라엘의 전통적 신앙을 자녀들에게 전달되는 ‘삶의 자리’였다. 물론 가정에서 시행되는 교육 내용은 직업교육을 비롯하여 건전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베이트 아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은 여호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신앙교육이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앙교육은 가장과 자녀들이 주고받는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교육방법은 성경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한 성경 본문들은 대체적으로 “너희 자녀가 묻기를”로 시작하여 “너희는 이르기를”로 이어진다. 이런 표현 때문에 문답형식의 교육을 ‘교리문답식 방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지는 교육방법은 일방적인 전달식 교육과는 구별된다. 문답식 교육은 무엇보다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교육이면서, 배우는 자녀와 가르치는 부모가 모두 주체가 되는 쌍방향 교육방법이다. 그것은 신앙교육에 있어서 인격적 관계가 우선적인 전제조건임을 의미한다. 사도바울이 부모에게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라고 하면서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엡 6:4, 골 3:21)고 당부한 것도, 그런 교육방법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베이트 아브’의 교육적 기능이 이루어지는 또 다른 통로는 이스라엘의 중요 축제인 명절들이다. 이스라엘 명절들은 역사적 사건과 자연의 순환적 주기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곧 이스라엘 명절들은 하나님의 임재와 활동이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들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은 그런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월절은 보리 추수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며, 오순절은 보리 추수에 이어 밀 추수를 마치는 시기에 지키는 명절이다. 그리고 초막절은 곡식추수와 함께 여름 과일의 수확까지 모두 마친 후 지키는 추수감사절이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명절은 이스라엘 민족이 경험한 하나님의 구원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유월절은 출애굽 구원과 연관된 명절이며, 오순절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것과 관련된다. 초막절은 한 해를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갖는 명절이라는 점에서 종말사상과 관련이 있다.
명절은 가족들이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축제이다. 명절의 즐거움 속에는 계절의 순환성에 따라 인체의 생체리듬도 흥겨움의 파동을 타게 된다. 이럴 때에 이스라엘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문답형식으로 교육하는 기회를 삼은 것이다. 소위 인간의 오른쪽 뇌를 열어 놓으면서 왼쪽 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명절이라는 즐거움 속에서 문답형식이라는 적절한 교육방법으로 신앙을 가르치는, 이스라엘의 돋보이는 지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결코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으면서 손쉽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수 있다.
‘베이트 아브’가 갖고 있는 주요 기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곧 유사시 친족(미쉬파하) 단위로 편성되는 징집의 의무, 이스라엘의 신앙과 역사의 전승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교육의 의무, 소외당하기 쉬운 약자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의 의무가 그것이다.
그런 기능의 근본 배경이 되는 ‘베이트 아브’의 중요성은, 여호와께 분배받은 토지를 소유하는 기초 경제단위라는 점이다. ‘베이트 아브’는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실질적인 삶의 현장이다. 토지를 분배받아 소유하는 기본단위로서의 ‘베이트 아브’는, 그 토지를 영구히 보존해야 한다는 신앙적 의무도 함께 지닌다. 가족구조를 본래대로 존속시키도록 의도된 이스라엘의 여러 법들과 제도들은, 모두 토지의 영구적인 존속과 긴밀하게 관련된다. 그런 점에서 ‘베이트 아브’는 하나님과 이스라엘과 삶의 실제적 근거가 되는 토지를 긴밀하게 연결시켜 주는 중심체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