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목사]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가정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헛되도다”(시 127:1)
하나님께서 집을 세우지 않으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헛되다’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샤베’는 속이 비어 있다는, 아무런 결과가 없는 헛수고를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가정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온전하고 행복한 가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집을 세우시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히브리어로 ‘집’을 ‘바이트’라고 한다. ‘바이트’는 가정을 뜻하지만, 또한 하나님께서 임재하여 계신 성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하나님을 그 중심에 모시지 못하는 가정은 가정으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없는 가정은 생활의 편의를 위한 건물이나 시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정은 하나님을 모시고 있는 작은 교회이다. 가정은 가족 단위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작은 성소라는 뜻이다.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우리들이 우선적으로 점검하여야 할 일은, 우리 가정의 참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의 호주가 되시는가? 하나님은 명목상 주인이 아니라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매사를 결정하는 분이신가? 이런 질문에 바르게 대답을 할 수 있어야 우리 가정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집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창조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가정의 창조이다. 하나님께서 온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각 과정마다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의도하신 대로 모든 것이 창조되었음을 선언하신 것으로서, 창조하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마음에 흡족하셨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담이 혼자 지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하와를 창조하여 주심으로, 비로소 모든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가 되었다. 가정의 창조는 하나님 창조의 마지막 종지부 역할을 한 셈이다. 가정이 하나님의 만족과 행복을 완성시켜주었다는 것은, 가정이 행복의 중요한 원천임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만족은 곧 우리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가정을 세우시는 분이시지만, 우리도 가정을 세우는 일에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것”과 더불어 “세우는 자의 수고”가 강조되어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집을 세우는 수고”를 헛되지 않게 하시는 분이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제쳐 놓고 독단적으로 집을 세우는 분이 아니심을 보여준다. 곧 우리가 우리의 집을 하나님의 뜻에 맞도록 세워나가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수고를 헛되지 않게 하신다.
그렇다면 하나님 뜻에 맞는 가정을 세우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녀들을 하나님의 사람들로 키우는 일이다. 그래서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시 127:3)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기업’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나할라'는 하나님께서 나누어주신 유산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 자식이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제일 먼저 주신 유업은 가나안 땅이 아니라 100세에 얻은 아들이었다. 그 아들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씨는 번성하게 되어, 그 가운데에서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다.
자녀들은 미래의 꿈이요 소망이다. 하나님께서 자녀들을 통하여 한 가정의 미래와 꿈을 실현시켜 나가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을 하나님의 뜻대로 양육하는 것은 곧 가정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일이다. 내일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복이다. 내일의 희망인 우리의 자녀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는 일은, 부모의 가장 우선적인 임무이며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가정 전체의 행복을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