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7장(1) 빌라도 법정에 서신 왕
1) 빌라도에게 넘겨지신 왕 (1-2) ‘새벽에 모든 대 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함께 의논하고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기니라’(1-2) 새벽(Daybreak)은 밤이 끝나가고 낮이 시작될 무렵의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새벽’은 밤을 3등분한 것 중 밤 삼경인 오전 2-6시를 말하는 것이다. 신약에서는 로마식 구분법에 따라 밤을 4등분한 것 중 밤 사경 인 오전 3-6시를 말한다. 성경에서 새벽은 적군을 공격하기 좋은 시간으로 나온다(출 14:24, 27; 수 6:15; 삼상 11:11). 새벽은 성도가 깨어 기도하고(막 1:35; 13:35; 시 119:147) 찬양하며(시 57:8) 말씀을 읽고(느 8:3; 시 119:147) 하나님과 교제하기에 아주 적절한 시간이다. 또한 천사의 도움으로 옥에서 빠져 나온 사도들이 생명의 말씀을 전한 시간도 새벽이었다(행 5:21). 예수님과 새벽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1)예수님은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으로 가셔서 기도하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본을 보여 주셨다(막 1:35). (2)예수님이 결박되어 법정에 끌려가신 때(요 18:28; 막 15:1)와 (3)예수님이 부활하신 때(눅 24:1, 22)도 새벽이었다. 의논(Consult)은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젊은 르호보암 왕은 노인들을 불러 백성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물었지만 노인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젊은 보좌관들이 대답하는 대로 일을 처리함으로써 결국에는 왕국의 분열을 초래했다(대하 10:6, 8). 드디어 예수를 죽이기로 결의하고 결박하게 되는 장면을 연상해 보게 된다. 결박(Bond)이란 강제적으로 손, 발을 묶는 것을 말하는데 죄인으로 취급을 할 때 하는 모습이다. 몸의 매임, 투옥, 속박, 마음이 시달리는 것을 말할 때도 사용한다. 성경에서는 악의 속박(사 58:6), 여러 속박에서의 해방과 관련하여 쓰였다(렘 2:20; 5:5). 성경에는 결박과 관련된 사건이 많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번제물로 드리기 위해 결박했으며(창 22:9) 시므온은 형제들을 대신하여 요셉 앞에서 결박당했고(창 42:24), 삼손은 그를 블레셋 사람에게 넘겨주려는 들릴라에 의해 결박당했다(삿 16:5, 8, 12). 왕들 중에서 므낫세 왕은 앗수르 군대에 의해 결박당하여 바벨론으로 끌려갔고(대하 33:11) 여호야김 왕은 느부갓네살에게 결박당하여 바벨론으로 잡혀갔으며(대하 36:6) 시드기야도 눈이 뽑히고 결박당하여 바벨론으로 잡혀갔다(렘 39:7, 9). 예레미야는 시위대장에게 결박당했고(렘 40:1)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는 결박당하여 극렬히 타는 풀무불 속에 던져졌다(단 3:21). 신약에서 세례 요한은 헤롯에 의해 결박당해 옥에 갇혔고(마 14:3) 예수님은 대제사장과 장로들에 의해 결박당하여 빌라도에게 넘겨지셨으며(마 27:1-2), 바울도 천부장에게 결박당했다(행 21:33). 한편 요한은 요한계시록에서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가 놓임 받으며(계 9:14-15) 또한 천사가 사탄을 천 년 동안 결박할(계 20:2) 것이라고 기록했다. 산헤드린 공의회에서 이미 예수님은 사형이 내려졌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사형 집행권이 없었기 때문에 로마가 파송한 유대총독 빌라도에게 넘긴 것이다. 문제는 로마정부의 입장으로는 ‘신성모독’이란 죄명으로는 사형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악한 대제사장의 무리들은 처음에 ‘그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했다가’(요19:7하) 돌이어 빌라도가 겁을 먹는 모습(요19:9)을 보고 죄명을 바꿔서 빌라도를 압박 했다. 총독(Proconsul, Governor)이란 칭호는 관할 구역이나 식민지 등을 다스리던 관리의 칭호로, 보통 총독은 사법권과 군사권을 가지고 있었다. 개역성경에 총독으로 번역된 단어는 여러 가지인데, 대표적인 것들로는 ‘폐하’(pechah), ‘티르샤타’(tirshatha), ‘헤게몬’(hegemon) 등이 있다. 바사 시대 유다를 다스리던 총독으로는 스룹바벨(학 2:2, 21), 느헤미야(느 8:9)가 있으며, 예수님 당시의 유대 총독으로는 빌라도(마 27:2; 눅 3:1), 요셉과 마리아가 호적을 하러 베들레헴을 찾았을 때의 수리아 총독은 구레뇨(눅 2:2)였다. 이 외에도 서기오 바울은 구브로에 있던 총독으로 바울의 첫 번째 전도여행 기간 중에 기독교인이 되었으며(행 13:4-12), 아가야의 총독(행 18:15)이었던 갈리오는 바울을 대적하던 사람들로부터 재판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부정한 일이나 괴악한 일이 아니라면 재판을 하지 않겠다면서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또한 데메드리오의 소동이 일어났을 때 서기장이 무리를 진정시키면서 송사할 것이 있다면 재판 날에나 총독들에게 고소하면 된다고 하면서 무리들을 돌려보냈던 것을 볼 때(행 19:35-41), 당시 에베소에는 아시아도의 총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행 19:38). 빌라도(Pontius Pilate)는 당시 총독으로서 예수님께 사형을 언도했던 역사적 인물로, 사도신경에 나오는 바로 그 인물이다. AD 26년, 로마 황제 디베리우스에 의해 유대 지역의 제5대 총독으로 임명된 그는 수리아 지역을 관할한 비텔리우스(Vittelius) 총독에 의해 면직되던 AD 36년까지 약 10년 간 유대에서 총독으로 있었다. AD 26년 이전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반면,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다. 복음서에 나타난 인상과는 달리 요세푸스나 필로는 그가 매우 탐욕스럽고 포악하며 잔인한 성격의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총독 빌라도는 군대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본군은 가이사랴에 주둔해 있었으며, 예루살렘 성전 안에 있는 안토니아 요새에는 분견대를 두었다. 당시 주둔군은 약 120명의 기병대와 2,500-3,000명의 보병이 있었다고 한다. 빌라도는 주로 가이사랴에 머물렀지만 유월절과 같이 이스라엘의 특별한 절기 동안에는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며, 이때에는 병력을 보강해서 민란 방지를 위한 순찰을 강화하기도 했다. 당시 총독으로서의 권한은 막강해서 사형 집행권을 비롯해 대제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임명권도 가지고 있었으며, 성전과 성전의 돈을 통제하는 한편 대제사장의 예복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절기 때만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산헤드린 공의회가 결정한 주요 재판 결과까지도 바꿀 수 있었다. 빌라도와 유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요세푸스에 의하면, 빌라도가 총독직을 맡으면서 황제의 상(像)이 그려진 로마 군기를 예루살렘에 세움으로 유대인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유대인들의 저항으로 그 군기는 가이사랴로 옮겨졌다. 필로에 의하면, 예루살렘에 있는 그의 관저에는 총독과 황제의 이름이 새겨진 한 세트의 황금 방패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디베리우스 황제에게 진정이 들어와 그것을 ‘로마와 아우구스투스’ 신전에 세워 두라고 했다고 한다. 유세비우스와 요세푸스는 빌라도가 성전 금고의 돈을 수로를 건설하는 데에 유용했으며, 이로 인해 유대인들이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누가복음 13:1-2은 빌라도가 로마에 대한 저항운동의 본거지인 갈릴리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을 죽여, 희생자들의 피를 제물에 섞은 사건이 나온다. 이 사건이 성전 금고의 돈을 유용한 것으로 시위한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입장과 무관하다는 입장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빌라도에 대한 헤롯의 적대감(눅 23:12)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헤롯 앞에서 재판 받도록 보낸 것(눅 13:4)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볼 때 헤롯에 대한 유화 제스처임을 알 수 있다.빌라도가 예수님에게 사형을 언도하게 된 배경은 빌라도 자신은 예수님이 무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도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겠노라”(요 18:38)고 까지 말했다. 요한은 그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요 19:12)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예수님에게 사형을 언도하고 말았다. 이는 고위층의 유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임기 중에 민란이나 큰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빌라도가…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예수를)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주니라”(마 27:24-25). 빌라도는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에 대해 무죄하다며 손을 씻었지만(마 27:24) 예수님의 재판 사건에서 사형을 언도한 그의 책임은 면제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도신경의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말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의 역사성을 증거 해 주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빌라도의 아내가 남편 빌라도가 예수님을 재판할 때에 사람을 보내었던 것으로 보아(마 27:19) 유대 지역으로 부임할 때(AD 26년) 그의 아내도 함께 왔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로마 총독들이 부임지에 아내를 대동할 수 있다는 원로원의 결정이 이미 AD 21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수님을 ‘저 옳은 사람’(마 27:19)이라고 불렀으며, 빌라도에게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에 대해 상관하지 말라는 전갈을 보냈다. 그녀가 예수님을 잘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빌라도의 아내가 꾼 꿈속에 역사하셨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예수님의 무죄하심과 그를 박해하는 자들의 부당함을 증거 해 주는 여러 증거들 가운데 하나이다. 후기 묵시 문학에 의하면, 빌라도 아내의 이름은 클라우디아 프로쿨라(Claudia Procula)였으며, 그녀는 하나님을 경외하였고 유대인들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도 희랍 정교회에 의해 추앙을 받고 있다고 한다.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 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 이다.”(요19:12) 이 무리들은 ‘소리 지르되 없이 하소서 없이 하소서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내가 너희의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랴 대제사장들이 대답하되 가이사 외에는 우리의 왕이 없나이다.’(요19:15) 이방인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주려고 애를 썼지만 그들은 정치적 죄명(가이사의 반역자란 죄명)을 덮어씌워 빌라도를 압박 했다. ‘우리의 왕은 가이사 외엔 없나이다.’ 선지자들의 말씀을 이루기 위해서 일까? 이 무리들은 발악을 하면서 예수를 죽이려 한다. 얼마나 이들 스스로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가? 유대인들의 헤브라이즘이란 철저한 이방인과 구별을 주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예수 죽이는 일을 놓고는 자기들 스스로 가이사의 백성임을 공포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백성, 자기들의 진짜 왕을 죽이기 위해서 이방인의 왕께 충성을 다하는 모습은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비열함이 역력히 드러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의 신앙도 뒤 돌아보아할 것이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영적세계의 일을 이해를 못한다고 해서 세상의 가치나 육신의 눈으로 판단을 해서 어찌 하나님의 일을 핍박하는가? 하나님의 교회가 세속가치에 물들어 있다면 그것은 벌써 세속조직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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