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요한복음 5장 5∼9절
놀라운 것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병에 걸린 사람이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는 겁니다. 이 사건은 예수님 자신이 곧 ‘움직이는 물’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바로 앞의 요한복음 4장에 기록된 사마리아 지방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에게 하신 말씀도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었거든요. 예수님은 자신이 영원히 살게 하는 생명수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움직이는 물은 썩지 않고 살려내는 물인 거예요. 이에 반해 세상의 많은 가르침은 고여서 썩은 물이지요.
예수님은 목마른 인생에 영혼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생수로 오신 겁니다. 38년 동안 병에 걸린 사람은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을 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나와 넓은 들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맨 기간이 40년이었습니다. 실상은 2년이면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요. 결국 순종하지 못해 38년을 더 머물렀던 겁니다.(신 2:14) 이는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소망의 땅인 가나안으로 가자고 하시는데 자리를 깔고 누운 자들이 된 겁니다. 영원한 삶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리고 이 땅의 삶에 안주하고 있지요.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 빠져버린 겁니다. 때론 낙심하고 좌절합니다. “나 같은 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병에 걸린 사람에게 예수님은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움직이는 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살아있는 양쪽 날을 가진 검과 같은 능력의 말씀이기에 병에 걸린 사람 안에 있는 악한 생각들을 드러내고 처리해 주신 거죠.(히 4:12)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힘이 있습니다. 38년 동안 병에 걸린 사람은 이 말씀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이 말씀을 믿고 안주하던 자리에서 일어선 겁니다. 낙심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겁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두 다리에 힘을 넣고 차가운 가슴을 뜨거워지게 한 것이지요.
그는 깔고 누워있던 자리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 자리는 “이 땅의 삶이다”라며 편히 살았던 자리였지요. 먹고 마시고 입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본능의 자리였습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열등감의 자리였습니다. 지식에 대한 열등감일 수도 있고 타고난 가정 형편에 대한 열등감일 수도 있지요. 외모에 대한 열등감일 수도 있고요. 그는 누워있던 자리를 걷어버렸습니다. 그대로 두고 언제든 다시 눕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다시는 눕지 않겠다는 굳센 결단입니다.
이제 병자는 더 이상 옛날 모습이 아닙니다. 병도 나았지만 그의 마음이 놀랍게 변한 겁니다. 참 기적이지요. 사람이 바뀐 것보다 더한 기적이 있을까요. 그는 소망 찬 발걸음으로 나아갑니다. 예수님을 만난 그의 발걸음은 단지 이 땅에 한정된 걸음이 아니고 영원을 향한 발걸음이 된 거예요. 영원한 나라를 향한 순례자의 발걸음이 된 겁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를 안주하게 하는 자리, 낙심하게 하는 자리를 걷어치우고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양병모 서울 산마루교회 목사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