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문 닫는 교회 늘어
일부 제외하면 생계 유지 걱정
미국 교계는 이중 직업 장려
한인 교계는 "성직자라 꺼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사진: Deseret News)
목회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 어려운 시대다.
특히 팬데믹 사태로 인해 교회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쇄 위기에 놓이는 교회가 늘고 있다. 목회자도 감원 바람을 피해가기 어렵다.
요즘은 소명이 현실과 상충한다. 단지 목회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그 현실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팬데믹이 목회 환경까지 바꾸고 있다. 노동절(7일)을 앞두고 종교인이 요즘 겪고 있는 생계에 대한 고민을 들여다봤다.
"팬데믹이 지나면 미국 내 교회 5개 중 1개는 문을 닫을 것이다."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그룹의 데이비드 키네먼 대표가 발표한 내용이다. 팬데믹에 따른 온라인 예배로 헌금이 감소하고 오프라인 교회의 역할 또는 중요성이 축소되고 있다.
키네먼 대표는 "최근 각 주에서 예배 재개가 시작되고 있지만 출석 교인 수는 생각보다 적다"며 "향후 18개월 내에 영구적으로 문을 닫는 교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린다.
전국복음주의연합회(NAE) 보고서를 보면 팬데믹 이후 70%에 가까운 교회가 "헌금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합감리교단(UMC)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헌금이 26%나 줄었다"고 전했다.
이는 목회자 또는 교회 직원에 대한 감원으로 이어진다.
NAE 브라이언 클러스 대변인은 "앞으로 목회자에 대한 해고나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종교인도) 소득 감소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인 교계도 현실은 마찬가지다.
미주 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시무장로로 재정을 담당했던 유기범씨는 "주변을 둘러보면 중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최근 교회 인력을 줄이는 곳이 많아졌다"며 "아무래도 헌금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주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목회자 김모씨는 LA지역 중소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다가 지난 7월 사임을 결정했다.
김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진 사임을 했지만 사실상 교회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며 "당회가 먼저 재정적인 사정을 알려주더라. 현재 다른 교회를 찾고 있는데 팬데믹 기간이라서 쉽지 않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까지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종교인에게 현실은 냉정하다. 넓은 의미에서 종교의 신앙과 교리를 연구하는 신학(theology) 전공으로는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목회자가 되는데 필요한 석사 과정(목회학·M.Div)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종교와 무관한 영역인 일반 사회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신학만 공부한 목회자가 특별한 기술이나 특기 없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쉽지 않다.
LA에서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윌리엄 김 대표는 "요즘 이력서를 받아 보면 목회 경력이 있는 종교인이 종종 보인다. 그만큼 교계 사정이 안 좋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아무래도 전공이나 실무 경험 등을 봐야 하는데 (종교인은)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종교계 종사자는 타직종에 비해 연소득이 적은 편이다. 일부 중대형 교회 목회자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어렵게 생계를 이어간다. 때문에 목사의 사모(아내)가 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성직자의 중간 소득은 5만400달러(연소득ㆍ2020년 7월 기준)다. 백분위수(percentile)로 보면 10~25%에 해당하는 성직자의 연소득은 2만6810~3만6810달러에 그친다.
준 최(회계사) 목사는 주말에 미국 교회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파트타임 목회를 하고 있다.
최 목사는 "소위 '식스 디짓(six digit)'이나 어느 정도 안정된 사례비를 받는 건 극히 일부 대형교회에서 근무하는 목사들에게 국한되는 사례일 뿐"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목회자의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한인 교계의 인식은 현실과 역행하는 부분이 있다. 목회자의 '이중 직업(Bi-Vocational)'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선 때문이다. '목회자=성직'이라는 관념 때문에 종교인이 세속에서 일을 하는 것을 꺼리거나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 한국의 주요 교단들은 교단법을 통해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목사가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 목회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이유다.
남기훈 목사(글렌데일)는 "대다수의 소형 교회 목사들은 주중에 일터로 나가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눈치를 보며 일하는 목사들도 많다"며 "이제는 '생계형'이 아닌 '자립형' 목사로서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게 필수인 시대"라고 말했다.
한인 교계와 달리 미국 교계에서는 목회자의 이중직이 보편화 돼있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SBC)의 경우 목사의 이중직을 미래의 목회 환경을 대비한 전략으로 세웠다. 미국장로교단(PCUSA) 역시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 이중직 목회자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국복음주의언약장로교단(ECO)은 이중직을 가진 목회자에게 라이선스까지 발급한다. 교단이 목회자의 이중직을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교인 사이에 생겨날 수 있는 선입견을 없애고, 동시에 이중직을 가진 목회자를 독려, 양성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목회와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빈 이 목사는 텍사스 지역 크라이스트포더네이션(CFTN)에서 공부한 뒤 최근 한국으로 나가 어벤져스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현재 한국에서 목회 외에 통역사, 영어 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특히 젊은 신학생, 전도사들은 최소 월 300만 원(한화)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많은 부분에서 종교 사역자가 먹고 사는 부분이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먹고 산다는 건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역자라면) 현실적 문제를 등한시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수준의 삶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하나님도 잘 섬길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